나의 이야기

지난 일기를 쓰다

후야 mom 2015. 10. 11. 16:23

맑고 투명한 하늘이 눈부시는 날

1981년 10월 6일 김해시 장방리에서 태어나 35세가 된

아들을 앞세우고 한림정으로 간다.

지나간 세월만큼 변해버린 한림정역이 보이는 곳에서 

26세 새댁이 셋방살이 살던 일기는 이러하다 

남편이 마련한 집은 연탄 아궁이가 있는 방 두칸에

부억문을 열면 화장실문과 마주치던 집이었다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너무 추워서 살 수 없던 곳에서 아들이 태어났다 

어른은 그나마 두꺼운 이불을 덮으면 되지만

아기가 자랄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서둘러 이웃에 새로 지은 2층집으로 이사를 해서 1년남짓 살았던 한림정.

그리운 곳에 왔더니 아들이 태어난 집은 공터가 되었고

2층집은 공가로 낡고 초라한 모습이다

아들의 기억속에 존재할리 없는 고향이지만

서른이 넘은 청년의 발걸음은 결코 가볍지 않아 보인다  

이른 봄 입덧을 가라앉히려고 새벽길을 걸어서 한림정역에 도착하면

인근 하우스에서 재배한 딸기가 돈을 사러 나와있던 풍경이 눈에 선하다 

그때의 달콤했던 아침공기가 그리운 10월 아들과 이곳에 와서 옛날을 기억한다  

만삭의 배를 안고 통근기차를 타고 마산에 있는 산부인과로 해산하러 갔었지.  

다들 진기한 구경을 하듯 쳐다보던 사람들은 어디서 나처럼 늙어가고 있을까?

여름날 장맛비가 내리면 어김없이 물에 잠기던 집과 길 그리고 화포천

화포천은 천연늪으로 생태공원이 조성되어

사람 키만큼 자란 갈대가 바람에 일렁인다

연밭으로 자전거를 타고 달리던 곳에는 주택단지가 들어와 새마을이 생겼고

시외버스 정류장에는 버스정차 안내 시스템이 붙어있다

욕심 같아선 그자리에 머물러 있기를 바라지만 역사는 날마다 새로이 쓰는게 아니던가

누렇게 익어가던 벼이삭이 서 있던곳에 길이나고 새집이 들어와 있어 조금은 서운한 맘이다

한림정 역사도 옛날의 모습은 간데 없고 새벽시장이 열리던 곳도 흔적없이 사라지고

낯선 驛舍와 여행 안내문이 서 있다

새댁이 살던곳에 늙은이가 찾아왔으니 낯설지 않을수 없겠지

그러나 지난 시간은 아름답고 애닯다

인생이 내맘 같이 평탄하다면 뉘가 불평불만을 하겠는가

성당에 홀로 서 있는 성모님께 다시 올것을 약속하지 않는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돌려서 왔던 길을 되짚고 가야하는 시간은

공허하고 쓸쓸한 가을저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