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엄마의 집

후야 mom 2010. 6. 28. 15:08

비가 쏟아지는 토요일 오후 대구로 갈 것인가 아니면

집에서 세식구가 축구를 응원할까 고민하다가 집을 나섰다.

차車는 주인(?)께서 일찌감치 선점했으니 버스를 타고 간다.

전에없는 낭만이건만 옷이 젖고 눅눅함에 지레 질려버린다.

울산에서 다시 고속버스를 탄 사람들

승용차를 타고 다니던 길이나 버스를 타고 가는 길은 분명히 같은 길인데 느낌이 다르다.

보이는 부분이 많고 할 얘기도 더 많아져 주위를 살펴야할  정도다.

평소에도 자매가 차를 타면 고속도로 주행권을 뽑지 않고 나가질 않나

내려야 할 곳을 지나쳐 엉뚱한 곳으로 달리기 일쑤였다.

우리는 무엇에 굶주린 영혼이되어 끊임없이 쏟아낸다.

1시간 30분이 순식간에 지나가고 대구에 도착하니

비는 그쳤고 거리는 비로 말끔히 청소가 되어있다.

엄마가 계시는 집은 늘 어둡다.

근검절약이 몸에 베여있는 기성세대의 삶이 불을 밝히지 못하는게다.

엄마! 막내딸의 부름에 기쁘게 달려나오는 어머니.

얼굴을 보자마자 네 시어른은 어떻게 하고 나왔냐고 하신다.

계시던 곳으로 다시 가셨다는 얘기를 전해듣지 못한 엄마의 걱정이다.

사람사는 것은 거기서 거기라 다를게 없다는 말씀에 '너도 늙는구나'

딸은 엄마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 위로를 받고 사랑을 얻는다.

저녁 10시가 되어 가게로 축구응원하러 간다.

축구는 11시에 시작하는데 생각보다 가게엔 손님이 적다.

다들 가족과 함께 응원한다며 음식을 주문해서 가져가는 또다른 풍속도를 낳기도 한다.

친정식구와 막걸리 사발을 앞에 두고 축구를 응원하는 풍경이 낭만이다.

고함을 지르다가 탄식을 하며 울기도 하는 드라마같은 경기는 아쉽게도 2 : 1 로 졌다.

그러나 선수와 국민은 최선을 다했고 아울러

스포츠의 감동이 가족과 국가 그리고 세계를 아름답고 성숙하게 했다.

아쉬운 밤은 그렇게 가고 이튿날은 대청소를 한다.

엄마의 손이 미치지 못하는 부분과 커텐세탁, 에어컨 청소, 수건 삶고 마루 걸레질까지

그래도 미진함이 남는 엄마의 집이지만

눈을 못 뜰 정도로 땀이 흘러내리는 희열에 장맛비의 세례가 싫지 않다.

링거에 의지하고 누워있으면서도 걱정이 많은 엄마

제발 앓지 않고 건강하게 오래 살기를 바란다.

정신줄 놓는날이 바로 천상으로 가는 길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손만 잡았다.

다시 고속도로 위를 달려서 해운대에 도착하니 저녁식사를 하지 않고 기다리는 남의 편

기다리는 사람이 있는 내집이 천국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