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말
[스크랩] 봉정암에서 - 이해연??
후야 mom
2010. 7. 2. 00:44
봉정암에서 - 이해연
풍경 울리는 산문에 들어서면
키 낮은 나무들과 반질반질한 마루가 있다
산의 숨소리 한껏 삼키며 밀봉된 그리움 조용히 내려놓고
손을 모으니 머리깎은 스님이 서 있다
손을 잡아줘야 올라설 수 있는 절에는
잘 맞는 찻잔이 있고
볼이 붉은 연시가 읽어내는 나의 詩도 옷을 벗는다
구름속에 빠진 노을이 걸려있는 벽에서
눈썹이 삐뚤한 눈사람이 걸어나온다
봉정암으로 모여드는 낙엽들인가
바람에게 영혼을 내어준 나무들인가
늙은 처녀들의 가벼운 수다였을까
공양주가 내다준 절밥에 말들의 뼈가 떨어진다
불임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찾게되는
산문지기 혹은 삼신할미
동짓달이 저물면 스님이 치는 종소리가 계단을 으르내리겠지
살갗이 터지면서 부풀어 오를 목련처럼
나도 두려움 없이 피어오를수 있을까
얼어붙었던 생각의 뼈를 받아주는 절에서
눈발에 인연을 새긴다
먹구름 걷히는 어둠에서 어둠으로 난 길을 내려가
부처로 길을 닦은 스님에게서
산이 흘린 하루의 수첩을 주워 올린다
출처 : 시 읽는 마을
글쓴이 : 루피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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