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It's not your fault.

후야 mom 2010. 8. 25. 19:59

네 잘못이 아니야!

영화 '굿 윌 헌팅'의 대사.

 

인간이 살아가면서 자신도 모르게 타의에 의해 모함을 받고 억울한 죽임을 왜 당해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이다. 부당한 대접에 굴욕을 당하며, 본의와 무관하게 세상과 투쟁을 벌여야만 했던 과거와 이별하는 장면을 텔리비전 오락프로그램에서 만났다.  세상은 강한자가 지배하는 자유시장 체제이다. 여리고 부드러운 자는 환경을 탓하며 지리멸렬하게 사라져가는 그런 세상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하여 과거에 얽매여 얼키고 설킨 장부는 버려야만 다시 살 수가 있는거다. 무덥고 후텁지근했던 여름도 이제 곧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새로운 시절을 받아들여야 한다. 새로움은 미래를 향한 발걸음이지 뒤로 후진하는 시간은 아니다.

 친정에 가면 제일 먼저 살피는 것은 엄마의 얼굴표정이다. 흐린지 맑은지에 예민한 나의 오랜 습관이다. 적어도 한 달에 한 번꼴로 친정에 가서 청소며 세탁물을 처리한다. 그렇게 하는 것은 올캐의 짐을 덜어주자는 의미도 있지만 내가 편하고 싶은 심정이 더 크다. 하여 집에 들어서자마자 젖은 휴지처럼 잦아져 있는 엄마의 모습을 보는 순간 눈물이 왈칵 솟는다.  엄마에 대한 애틋함이나 그리움하고는 다른 의미이다.  점점 쇠약해져 가는 육신에 무더위는 치명적일 수 밖에 없다. 더구나 막내를 칠월칠석에 낳았으니 삼복더위에 제대로 조리를 못한 후유증이 세월이 갈 수록 깊어지는 것이다. 좋은것도 싫은것도 다 짜증스러운 엄마의 얼굴은 지쳐있다. 심정적으로는 이해를 하지만 식구들의 걱정을 헤아리지 못하고 점점 이기적인 모습으로 변하니 안타깝다. 거실에 에어컨을 켜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엄마, 실내의 기온은 섭씨 32도이다. 간호사인 막내동생이 서둘러 영양주사를 팔에 놓는다. 주사액이 들어가는 동안 푹 주무시겠지.

 새벽 세시에 가게문을 닫고 들어오는 동생과 올캐는 거의 쓰러지기 직전의 몰골이다. 그들도 집에 들어서자마자 엄마를 걱정한다. 다행히 주사맞고 기운을 차렸다고하니 그제사 안심하는 동생내외. 하루종일 불앞에서 음식조리에 , 손님 시중들다 자리에 앉아보지 못한 그들에게 엄마의 존재는 절대적이며 삶 그 자체이다. 아파도 웃어도 걱정하는 자식들은 효자다. 그런데도 올캐는 자기탓인 양 안절부절한다. 며느리는 딸이 아니라서 고달프고 안타깝기만하다. 고부간의 갈등구조는 영원한 숙제이지만 적어도 우리집은 예외라고 믿고 싶었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줄어드는 엄마는 애착이 늙어가서 집착으로 변했다. 맘 같아선 주사액이 두 개이니 하나는 올캐에게 줬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그마저 다 당신께서 맞으시니 도리가 없다. 

올캐에게 이 말을 꼭 하고 싶었다.

" It's not your fault "

 " I love yo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