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달맞이 길

후야 mom 2010. 10. 30. 15:41

이 계절이 가기전에 걷기로 작정하고 달맞이 길로 들어섰다.

시월의 마지막 주말답게 차량들이 길을 메워 건너기도 걷기도 쉽지 않다.

길은 꼬이지 않는한 어제에서 오늘로 이어지고 또한 영원하겠지

어울마당으로 내려서니 그곳에는 이미 겨울이 자리한 듯 차고 서늘하다.

돌계단에 앉아 바다를 향해 손을 흔들어 내가 왔음을 알린다.

너울거리며 다가서는 바다는 분명 나를 발견했다.

오카리나를 배울때는 자주 찾아와 아는만큼이라도 불렀건만

청사포야 미안하다.

산책로에 노랗게 피어있던 달맞이 꽃은 보이지 않고

다만 꽃이진 자리에 갈색 잎만 쌓였다.

이끼낀 바위 틈새로 감아올린 담쟁이는 붉은데 

바람은 거칠어 늙은 소리를 토해낸다.

소리 없는 소나무는 새끼를 낳을 때도 소리를 지르지 않았을까

엉뚱한 생각에 올려다보니 여전히 묵묵부답 

청춘남녀가 서로를 감싸듯 껴안고 나를 향해 다가온다.

칸나처럼 젊은 열정이 눈부신 그들.

카페로 들어서니 커피향이 황홀하게 반겨준다.

이국적인 풍경에 어울리는 그림들과 꽃향기로 가득한 곳

분위기로 산 커피를 손에들고 다시 길을 걷는다.

운동화 바닥에 묻은 흙을 털어버리지 않고

허리를 곧추 세우며

눈에 익은 길을 따라 천천히 천천히

 

손바닥으로 닿는 낭만으로 하여금 오늘을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