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관 이상
새벽에 화장실을 가기 위해 일어나려다 그대로 푹 주저 앉았다.
온통 빙빙 돌아가는 주위 때문에 눈을 뜰 수가 없고 어지럽다.
의식은 말짱하고 말도 잘 되는 데 의식따로 몸이 따로이다.
의지대로 움직일 수가 없어서
할 수 없이 119 를 불러서 가까운 백병원으로 갔다.
응급실에서 머리 C.T촬영하고 링거를 꽂았다.
이렇게 죽는구나 할 정도로 아득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비참함에 눈물이 난다.
나의 하느님!
전 아직 세상에서 할 일이 많습니다.
제발 도와 주십시요.
자꾸만 땅 속으로 잦아지는 것같고
영원으로 여행중인지 알 수없는 곳으로 빠져드는 느낌이 싫다.
입술이 바짝 타들어가고 몸을 가눌 수 없다.
시간이 조금 지났는지 간호사가 머리 사진촬영에는 이상발견이 없으니까 기다려보자고 한다.
알았어요 하고는 또다시 꿈속으로 곤두박질이다.
천국과 지옥을 몇 차례 오르내렸을까.
마치 소용돌이에 휘말린 듯 쉽게 빠져나오질 못한다.
새벽 3시에 응급실에 입원해서 오후 늦게 가퇴원 했다.
곧장 월요일 특진 예약증을 끊어주는 병원
외래 신경과 특진 교수는 '김성은'
이튿날 일찍 병원진료를 받았는데 일명' 달팽이관 이상'이란다.
사진은 역시 깨끗하다며 혹 재발하면 곧장 병원으로 오라고 한다.
이틀간의 병원기록은 '달팽이관의 데모' 이다.
엄동설한 새벽에 옷을 제대로 챙겨입지 못한 채 구급차에 탔으니
오한과 근육통으로 2차 몸살이다.
식구들의 놀람과 당황스러운 표정들이 오래동안 지워지지 않을 것 같다.
중년의 이상변화가 시작되었는지 내일을 알 수 없다.
살아있는 오늘 아침이 소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