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聖地에서
후야 mom
2011. 6. 17. 16:06
비가 온 뒤의 땅은 엷은 황갈색으로 부드럽고
차를 타기 위해 모여 선 그들의 어깨는 가볍다
저마다의 가방에는 기도문과 묵주가 있겠지
방금 미사참례를 하면서 울었던
그들의 눈에 하늘이 얼비친다
어제가 건네준 오늘에 감사하라는 말을 들었을까
차창밖으로 손을 내밀어 줄장미에게 건너가는 영혼들
박물관 입구에는 이미 순례버스가 서 있고
신앙을 위해 순교한 성조들의 음성인지 모를
음악이 흘러나오는 그곳에
그림자처럼 사진이 걸려있다
예비자에서 예비신자로 다시 영세자로 거듭나는 그들
神의 자녀되기를 소원한
묘지에서 불어오는 단내음으로 한결 푸른 햇살
십자가의 길을 따라 오르는 가파른 시간들을 기억한다
고통과 기쁨이 살아 숨쉬고
추위가 오면 더운날이 곧 오리라는 기대와
달과 별을 만들어 인류를 구원한 신을 만나 추억하겠지
밤과 낮으로 달리는 삶일랑 전당포에 잠시 맡겨두라지
손을 만지작거리면서도 귀를 열어두는 건
사랑한다고 울던 그를 기다리며 초를 켜는 일일거라고
단체사진을 찍는 그들에게 달라붙는 하루살이
한 칸 내려서라는 사진사의 말을 흘려듣는
성지에서
나를 버리고 돌아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