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말

소록도에 가면

후야 mom 2012. 11. 13. 08:02

고흥에 가면 소록도가 있다

아기사슴들이 영원히 살고 있는 동산

천상나라가 그곳에 있건만 외면하고 살았었지

배를 타야만 닿을 수 있던 곳이

세상으로 연결하는 다리가 있다

天刑이라 불리는 나환우들

인간이 사람을 단죄 할 수 없잖아

꽃피는 동백은 여름도 겨울도 천년을 살고

하늘로 펼쳐진 미카엘 천사의 날개

벽에 갇혀 젊음을 저당 잡힌 청년

흙 속에 숨긴 아버지의 손, 등

눈도 귀도 마음으로 닿는 사슴들이

너울너울 바다처럼 울고 있다

 

소록도에 가면

모호하던 삶도 또렷하게 살아오고

잎이 찢어져 아픈 소나무 숲에서

한하운 시인이 잃어버린 언어를 찾아

봄을 기다리며 살고 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