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말

통도사에서 하루

후야 mom 2014. 3. 7. 13:56

봄마중을 가기 위해 양산행 지하철을 탔다.
2호선을 끝까지 타 본 경험이 없는 나로서는

중간역에서 환승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 채
1 시간 30 분이라는 여유를 스마트폰에 써 버렸다.
지하철에서 지상철로 바뀌는 순간 하늘문이 열린듯 환하다.
강물에 얼비치는 햇살에 춤추는 바람이

하늘이 유리창으로 배달되는 봄소식
양산역에서 친구를 만나 통도사로 간다.
홍매가 피었더라는 소식을 접한 우리는 서둘러 길을 나섰다.
꽃샘추위로 목을 감싸고 장갑까지 껴 겨울차림이지만
봄은 不二門 앞에 당도해 있었다.
절에 오면 왜 나도 모르게 참회라는 단어가 떠 올려지는지...
지난 세월을 속으로만 삭인탓인지 가끔 헛구역질이 나서 발이 헛디뎌진다.
내 몫의 십자가를 들고 대웅전을 찾아 들어간다
천년을 살아온 부처, 제단위의 위엄

그리고 두려움이 나를 내려다본다.
내려 놓아야지 내려 놓아야 네가 살지
문을 나서니 눈부시게 웃는 홍매가 서있다.
안에는 겨울이었는데 바깥은 봄이로구나
사진을 찍는 무리들 속에 끼여 각도를 맞춰가며 봄을 찍는다.
꽃으로 인간의 웃음소리로 새들의 사랑놀음으로 오는 봄은 화려하다
인간의 하루가 신의 영역이라면 자연도 사람도 쓸쓸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산그늘은 아직도 차고 서늘하여 슬픈
다시 지하철을 탔을땐 나혼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