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타리마다 장미가 열리고
하늘이 맑던 5월은 내년을 위해 사라지고
바다향이 가깝게 날아드는
봄은 여름을 향해 달음질쳐간다.
주말에 대구 엄마한테 다녀왔다.
고령의 엄마께서 겨우 밥만 끊여잡수시는 친정집.
동생이랑 냉장고 안과 집청소를 했다.
버리지 못하는 고집이 냉장고 안에 가득하고
배고프고 슬펐던 과거의 이력들에 슬어있는 곰팡이.
옷장은 아예 손을 대지 못한다.
화장실 두 개까지 하고나니 어깨가 내려 앉는듯 아프다.
그래도 숙제를 마친 기분처럼 홀가분하다.
참으로 손끝이 야무진 엄마였는데 세월에게는 지고 사신다.
확장개업한 가게는 만원사례로 성업중이고
덕분에 동생내외는 잠도 서서 자야할 지경이다.
한층 여름이 가까워지는 느낌
달력을 넘기니 시원한 바람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