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인 남편에게는 휴가라하지 않고 피서라 한다
아들은 직장동료와 울릉도로 3박4일로 떠나고
우리는 시누가 살고있는 경북 상주 화북으로 향했다
길을 나서면 다투는 부부는 어김없이 더운날에도 언쟁을 하였다
무슨일이든 혼자 결정하고 실행하는 남자라 옆에서 슬슬 약을 올렸더니
죽을맛인지 얼굴이 불콰해진다
우여곡절끝에 시골에 도착하여 부모님이 계시는 산소에 인사를 하고
내일 새벽에 풀을 뽑자며 내려왔다
부산보다는 습도가 없지만 불볕 더위는 더 심한듯 호흡이 불가능할 정도이다
그래도 형님 부부는 해거름이 되자 고추밭에 약을 쳐야한다며 나선다
남편이 돕겠다고 완전무장을 하고 따라가고 나는 집안 청소와 저녁을 준비한다
열무김치를 한통 담아놓고 돼지고기를 양념해서 야채 겉절이까지 해놓고 밭으로 갔다
고추밭 근처에 가니 경운기 소리와 농약냄새가 하늘을 뒤덮고 있다
시누남편은 마스크도 없이 직접 농약을 뿌리고
남편과 형님은 호스를 적절히 연결하는 일을 한다
무더위에 농약에 땀으로 범벅이 되는 세사람 옆에서 사진을 찍는 나는 베짱이다
전원 풍경은 고사하고 얼른 이곳을 벗어나고픈 생각뿐이라 죄송한 마음이었다
농사일을 하는 사람들은 내 삶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평생 자식을 위해 전심전력만 있을뿐 오로지 일만 한다
저녁식사를 하자마자 그자리에 그대로 쓰러져 잠이드는 시누남편
제대로 씻지도 먹지도 못하고 사는 삶이 행복하겠나
이틀을 묵는 동안 마음이 고되는 휴가이다
다음날은 대전 시누네로 가서 하루를 더 묵고 집으로 왔다
아들도 3박4일 우리도 같은 시간이 소요되었지만 남는 건
누군가의 고된 삶을 통해서
인간 최소한의 삶의 만족도라는 단어를 기억하게 한 휴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