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정월 스무여샛날은 아버지 기일이다
대구로가는 첫차를 타기위해 해운대 버스 터미널에 갔다
인터넷 검색창에는 분명히 서대구행 버스가 있었는데
대합실 안내에 동대구 종합 환승센터가 생기면서 없어졌다네
하는 수가 없어 동대구행으로 승차권을 구입하였다
1시간 40분이 소요되는 대구에 도착하니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지하철로 안내하는 볼록선을 따라가다가 주위를 돌아보니
동대구 국철과 지하철을 이어주는 지하로가 생겼다
대형 신세계백화점이 입점 하면서 종합 환승센타가 생겨난 것이다
어리둥절하게 변해버린 동대구, 대구가 낯설다
지하철 1호선을 타고 반월당 환승역에서
2호선 감삼역행으로 바꿔타고 서남시장 앞에서 내리니
그새 소나기 수준이 되어버린 봄비, 비에 함초롬히 젖는다
늙은 엄마가 문을 열어주는 친정집 뜰에도 비가 내린다
식당을 운영하는 올케가 새벽에 제사 음식을 해놓아 할일이 없어졌다
18년전에도 이른 봄비가 내려서 초상집 분위기가 을씨년스러웠었지
지금처럼 장례식장이 흔하지 않았던 시기라 아파트에서 초상을 치러야 했다
아버지가 자꾸만 내눈을 가려서 눈물인지 땀인지 눈이 따갑다
할아버지 제사를 잊지않고 찾아온 생질녀와 질서가 고마운 제삿날
아버지 얘기로 안주를 삼아 음복도 하고 비빕밥도 나눠 먹는다
점점 제사라는 개념은 희박해져 가는 세월을 살고 있지만
간만에 친정 식구가 모여서 담소를 즐기는 문화는 매우 긍정적이다
물론 며느리의 절대적인 희생을 요구하여서 문제이긴 하다
새벽 5시에 일어나 막내랑 둘이서 조용히 친정집을 빠져나왔다
아버지가 그리운날 차가운 봄비가 동반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