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휴가

후야 mom 2010. 8. 1. 21:50

방학이자 휴가철인 8월 1일

어제, 오늘 많은 일이 내게로 왔다.

동생이랑 친정으로 갈려던 계획이 무산되고 조금 여유가 있으려나 했더니

경주로 휴가 온 서울 질녀가 내려오면서 제 할머니(시어머님)를 모셔왔다.

지난 주말에 뵙고 온 터라 별 생각없이 지내는데 느닷없는 어머님의 호출이다.

작은아들(삼촌)이 보고 싶으니 모셔가라는 조카의 전화에 적잖이 당황스럽다.

순간 작은 아들이 생각이 난건지 아니면 큰집이 불편하신건지 도통 감이 오질않는다.

불볕더위에 모시러 갔더니 기쁘게 따라나서는 어머니를 뵈니 어이가 없다.

이 노릇을 언제까지 해야할런지.

대형슈퍼마킷에 들러 과일주스를  한잔 사 드리며 의자에 쉬게하고 장을보는 내내 긴장했다.

갑자기 오느라 메모를 하지 않은 탓도 있지만 정신이 흔미해서 무얼샀는지조차도 모른다.

차에 와서야 뭐가 빠졌는지 필요없는 걸 샀는지 알 수 있었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전복을 손질해서 죽을 끓였다.

늘 혼잣말로 밥을 제대로 잡숫지 못한다는 어머니라

난 언제나 식사준비부터 하는게 습관이 되어 버렸다.

남편은 아침부터 도시락 두 개를 싸서 도서관으로 갔으니 밤 10시가 넘어야 올건데

저녁이되자 어김없이 아들을  기다리는 어머니.

손자를 보면 혼인얘기로 에미의 무능을 탓하고 

평생 공부로 전전긍긍하는 아들에겐 밥 먹으면 대수지 무슨 욕심을 부리느냐고 한다.

자신처럼 백수를 바라보면 모든게 부질없고 순간이며  다함이 없더란다.

그러면서도 눈이 안보이니 병원에가서 수술을 해 봤으면하는 건 뭔가.

인간을 창조한 창조주의 깊은 뜻을 뉘가 알리오.

어디를 가든지 내 손을 꼭 붙잡는 어머니.

 

휴가를 맞이하는 해운대는 연일 만원사례요 심각한 교통체증에 무더위로 꼼짝 할 수가 없다.

아파트 주차장에도 낯선 차량들로 복잡하고 한 발 움직일 때마다 짜증이 늘어난다.

내 어머니가 건강하시니 자식들의 복이련만 거푸집처럼 끊임없는 효도를 퍼 넣어야 한다면

지레 양성이 되어가겠지. 

저녁 늦게 친정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정겨운 엄마의 목소리에 그만 응석이되어 나오는 푸념에 적잖이 당황스럽다.

순간 내엄마도 건강하고 시어머니도 건강하니 이런 어리광을 부릴 수 있지않겠나 하는 생각이든다.

별처럼 쏟아지는 불꽃이 해운대의 밤하늘을 수 놓으며 이밤도 깊어간다.

다시 시골로 돌아가신 어머님 건강하시길 기원한다.

 

나의 휴가는 어디를 갔는지 실종된지 오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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