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말

수광암, 저물다

후야 mom 2014. 12. 31. 11:56

수광암, 저물다

나의 소소함이 빛으로
물 위로 산 위로 오르길 기도하리
저기 남해의 작은 암자에도
흔들리는 그네와 황토방
차라리 외롭다 하지 말것을
겨울에도 일어서는
벚나무와 푸른 잎
오래된 절간의 햇살
돌계단에 새긴 문자도 그림자가 있네
소소함이 때로는
풍경처럼 날개를 달고 싶지
처음 전생을 기억하고 싶은 날
탁발승의 붉은 염주가
흘러흘러 피안에 닿을까
저무는 달이 내일과 닿아 있듯
나의 소소함이 스러지기 전에
길 끝에서 기도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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