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말

[스크랩] 경주 동창회 - 이해연

후야 mom 2015. 4. 10.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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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주 동창회 - 이해연

       

       

      기차를 타고 동창회가는 길은 꽃길이다
      쌀쌀함이 싫지 않은 기분은

      늙지 않는 봄이
      꽃을 매달고 있기 때문이지
      불국사역에서 만난 친구의 얼굴이
      밤새 하얗게 앓았는지 붉다
      어디서 어떻게 살아내는지 궁금한 고향
      공원밑의 이야기가 듣고 싶은

      친구들이 모인다
      귀가 열리고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말문도 같이 터지는 현장
      시계를 거꾸로 돌려놓고 술잔을 기울이지
      바깥에도 봄 소나기가 다녀가는지 소란스럽다
      동창회가 환갑잔치로 바뀌는 순간에
      축배를 들고 춤을 추는 젊은 내친구들
      산벚보다 향기로운 술이 온몸으로 퍼져간다
      천년도 순간이고 꽃도 한철이라지
      거울처럼 마주보는 청춘을 붙잡고 싶다
      점점 또렷해지는 신작로와 골목길
      눈먼 물고기로 살았던 나의 내력에 닿으면
      가슴이 뻐근해진다
      바람에 흩어지는 꽃잎들을 주머니에 넣고
      경주의 하루를 사진에 담는다
      깊고 푸른 봄날의 환희를

       

       

         

         

         

         

         

    출처 : 신반중학교 21회
    글쓴이 : 강희정 (루피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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