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말

꽃물

후야 mom 2015. 6. 24. 17:30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유년시절로 돌아가는 의식을 치룬다

봉숭아꽃물 들이는 시기가 장마철 전후이며

방학에 들어가는 싯점이기도 하지

친정집 뜰에 소담스럽게 핀 봉숭아를 한줌 뜯었다

새벽에 비가 다녀갔는지

꽃마다 눈물을 매달고 있어

햇살이 퍼질때까지 기다렸다가

마른 꽃을 이파리와 같이 뜯는다

담장에 기대어 열매를 맺은 풋콩도 한줌 땄다

풍성함이 봉지에 담긴다

명반을 조금 넣고 곱게 찧어서

손톱에 발톱에 얹어 물이 잘 들기를 소원하며

랩에 감고 실로 마무리를 하였다

다음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확인하는 나의 청춘의 흔적

고운 색이 손톱에 발톱에 들었네

여름이 지나고 가을로 들어설 때면

꽃물도 풋콩도 다른색으로 물들겠지

이 작은 의식으로 하여금

그리움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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