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맞이 꽃 카페

박덕희 시인의 글

후야 mom 2013. 11. 14. 11:26

당신

ㅡ고향

 

잊을 수 없는 곳

그냥 냇가라해도 알아요

옥양목 호청 잿물에 삶아

자갈밭에 하얗게 말리던 곳이죠

흰 빨래꽃 그리워 그곳에 갔는데요

하마올까 하마올까 기다리다

유채꽃만 가없이 피었더군요

 

운동화를 빨다가 아무리 닦아도

지워지지 않는 건 얼룩이 아니라

상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길은 편편히 놓여 있어도

그 길로 갈수없는 것들이 있죠

떠나있던 몸 세월은 금시 건너는데

마음은 그 깊고 그늘진 곳에서

쉽사리 건너뛰지 못하죠

 

옛 친구들에게서

너도 이렇게 나이를 먹었구나

그런 말 들으면 쓸쓸히 웃지요

그런 후 당신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었어요

함께 나이먹었으니 서로 고집부리지 말자고

다시 헤어져도 다시 만나리라던 생각 지워지지 않아

새로 난 저 길이 어디로 가는 길인지

알지 못하지만, 오래된 모퉁이

낡은 건물에 숨은 당신 모습 읽게 되죠

 

내가 다니던 학교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처음 듣는 동네 이름 하나 둘 늘어가도

나의 가장 마지막 그 곁에 머물다

발치 아래 보리처럼 누렇게 익어가는 당신

 

ㅡ 박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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