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말

Dear 이해연

후야 mom 2016. 9. 21. 15:24

하늘이 높아가는 가을날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고, 받고 싶은 계절에

늙은 이해연에게 쓴다

나이 육십이 넘었으니 희노애락도 초월하고

시공간도 넘어서야 하는데 아직도 네가 우선이지?

머리카락은 억새처럼 늙어서 바람에 흩날리고

시간을 접어 넣은 주름살은 언제 펴질까

생각하면 어이없는 삶이건만 그래도

아침 햇살이 저녁에 지는 해보다는 덜 쓸쓸하다 

가끔 관심과 사랑을 같은 것이라고

착각 할 때가 있음을 알고 있다

자유를 찾아 집을 나간 사람에게 집착을 하는 너를 보면 안타깝다

각자의 삶의 방식을 존중하자 하면서도

내것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않으니 한심한 사람

결혼생활 36년을 이어오면서 내게 남은 건 신뢰라는 단어 뿐

사랑도 아니고 정도 아니면 의무만 남은걸까?

神이 주신 아들도 결국은 내것이 아님을 이성적으로는 알고 있지만 

밤 늦은 시간에도 안들어오면 지옥을 건너는 것 같아서 나도 내가 싫다 

집착은 병적이라는데 좋게 말하면 가족끼리의 사랑이고 다른 말로는 예속이지

서로가 바쁘게 움직일 때에는 느낌도 없고 관심조차도 번거로웠는데

나이들면 애가 된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는 요즘이다.

거기에 해운대에 지진이 자주 일어나니까

두려움과 불안이 공포로 변해가는 것 같다

요즘은 엄마의 딸로 태어나 여태 잔병없이 자랐건만

감사는 커녕 그녀의 집착에 두손 두발 다 들었다

30년넘게 시집살이 하며 돈벌어 시부모님 부양하는 올케를 못마땅해 하니

당신의 거울처럼 늙어가는 딸은 서글프고 애닯다

자존감도 사라지고 소천할 날만 남은 생에 뭐가 그리 미련이 남을까 싶다

86세 어린이에게 가벼워지는 연습을 하라고 부탁을 하건만

자신의 생각에 깊이 빠져서 다른이의 말이 들어가지 않는다.

이런저런 생각에 늘어가는 주름살, 술술 빠져 달아나는 머리카락

자신의 것인줄 알고 붙잡고 있던 존재들이 어느새 자리를 비우고 있네

아직은 주위에 친구들이 있지만 언젠가는 그들도 떠나가겠지

가을 들녘에 허수아비처럼 황량한 벌판을 차지할 때가 가까워지는 계절

눈물많은 나이라 치부하겠지만 노랫말도 어찌 그리 슬픈것만 귀에 들어올까

결국 나에게 남는 존재는 하늘에 있고

그곳으로 가기 위해 살아내는 이해연

세상사에 귀 기울이지 말고 나는 나로서 만족하자.

 

'꽃의 말'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치지 못한 편지  (0) 2017.05.05
독도  (0) 2016.10.05
소화불량  (0) 2016.09.08
친구  (0) 2016.09.08
고해성사  (0) 2016.0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