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제주도를 여행하여도 눈에 뜨이지 않던 聖地가
성지순례라는 테마로 길을 찾으니 비로소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본당에서는 성모의 밤(27)을 성대하게 거행하는 기간에
예비자 교리봉사자들(25명)이 제주도로 여행을 하게 되었다
제주도 2박3일간의 여행은 자칫하면 답답하고 무거울 수 있는 단체여행
다행하게도 봉사자들의 열린마음이 있어 가볍게 교회역사와 함께 걷는다
첫날은 황사평성지에서 순교자들의 영혼과의 만남이 있었고
오후에는 용수성지 성당에서 은혜로운 미사참례를 하였다
본당 부주임 신부님과 함께 여행을 하니 익숙한 미사에 참례하는 기쁨이 있다
신앙 선조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자신이 보잘것 없는 존재로 여겨지기도 하는 여행
그러나 현실 신앙이 중심이 되어야 예비신자들이 하는 말을 알아 들을 수 있는 귀가 생기겠지
이시돌 은총의 동산으로 옮겨서 예수님의 수난역사 현장이기도한 십자가의 길을 걷는다
14처 곳곳에 서있는 형상물이 구체적인 모습이라 저절로 기도하게 된다
이름모를 꽃향기에 취하며, 호수 주위에 설치된 묵주기도 표지석 앞에서
사진촬영을 하며 여인들의 웃음도 기록하였지
첫날의 설레임과 기쁨이 교차되는 여행을 기억하며 짝지 가브리엘라와 밤을 보낸다
이튿날 날씨가 끄물끄물하여 곧 비가 올 것같은 기분에 맞추기라도 하듯 느긋하게 움직인다
오랫동안 이념과 자연훼손이라는 명제로 관과 민이 대치하고 있는 강정마을
강정마을로 가서 군사시설이 서있거나 건설되고 있는 해변과 강을 구경하였다.
각종 현수막과 포스터, 사진들이 내리는 비에 젖고 있는
현장에 다시 미군비행장이 건설되고 있는 강정
그곳에서 목이 터져라 노래하는 문정현신부님의 절절한 거리미사에 참례했다
수염이 산신령처럼 새하얗게 길어진 얼굴에서 고결한 인품이 보인다
진정한 자유를 외치고 있는 신부님께 건강하시라는 인사를 하고 돌아섰다
점심식사를 하자마자 올레길 7코스를 걷는다
습한 제주기온이 올레길에 들어서자 바닷바람이 불어서 그런지 조금은 가볍게 걸을 수 있다
외돌개 바위처럼 외롭지 않기 위해 신앙을 받아들인지 40년이 넘어가네
자신이 신앙인이라서 자유롭지 않은 것은 결코 아니다
어떤 삶을 선택하든지 얼마나 성실하게 살고 있느냐가 중요한거지
언제나 내편은 하늘에 있지 인간에게 매여있는건 아니다
혼자 중얼거리며 비경에 감탄하며, 기도하면서 걷다보니 도착지점에 닿았다
소나기처럼 내리는 비를 피하기 위해 잠시 카페에서 쉬어가기도 하는 여유로움도 좋다
마지막날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맞이한 일출
한동안 경이로움에 일시정지가된 채로 서 있었다
아침에 만나는 태양처럼 내 영혼도 말갛게 영원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조금은 어정쩡한 시간(온전 8시 30분)에 조천성당 미사참례를 하면서 가정을 위한 예물봉헌을 하였다
이른 점심식사를 하고 에코랜드로 출발하여 인공호수를 만들어 관광지가 된 곶자왈에 닿았다
꼬마기차를 타고 간이역에 내리면 맑은공기와 웃음을 만나는곳
붉은 황톳길에서 우정이 신앙이 함께 공존하며 걷는다
2박3일간의 기록은 하느님의 구원사업에 동참하는 동지들과의 친목도모였구나 싶다
많이 웃고 떠들어도 허물없는 관계가 귀하고 소중한 시간이었다
하느님의 역사는 보이지 않는 시간속에 존재하며 인간에게 이로움을 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