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을 보고 있는 어머니
경계가 무너진 땅에다 선을 긋는다
자꾸 구부러지는 발목 연분홍 꽃잎이 진다
힘을 주어도 다물어지지 않는 입술
가장자리로 밀어부치는 아이
풍선을 달고 달린다
늪을 가로질러 건너려는 어머니
관절통에 갇혀 연필을 놓친다
녹슨 소리를 감추며 땅이 말라간다
밤을 도와 진창에 길을 만들어 아이를 먹인 어머니
손을 붙잡는 아이를 밀쳐내며 겨울나무로 돌아가려 한다
잘게 부서지는 시간들 검버섯 길로 사라지고
흔들리는 손 달아나는 흰 입술
쫓아가지 못하는 말들이 묶여있다
무채색 세계에서 하루를 거꾸로 그린 어머니
경대위로 자글자글 냇물이 흐른다
얼룩지는 아이의 얼굴 부러진 연필
어머니는 서랍을 열고
햇빛에 수락한 얼굴을 넣는다
거울 속 붉은 세계가 움직인다
출처 : 미타산.신반중학교 21회
글쓴이 : 이해연 달맞이 꽃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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