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11월2일에 시작한 결혼생활이 오늘로 서른해가 됐다.
아들 나이가 서른이니 그만큼 살아 늙어가는 중이라는 말이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나만의 기념일이지만 미역국을 끓여 자축한다.
계절도 중간 나도 중년 시간도 그렇게 어중간 하게 흘러간다.
커피를 내릴까하다 아니 말차의 거품을 마시고 싶어 물을 끓인다.
깊고 풍부한 연두색의 차향으로 순간 행복하다.
마루로 뛰어들어오는 햇살같이 빛나는 하루를 살리고 싶다.
혼인이라하여 예속된 관계 그리고 자식
인연과 천륜이 만들어지고 기쁨과 슬픔을 알아가는 과정
더불어 철들어 가는 자신이 두렵다.
기다림의 미학을 배우지 못한 시간도 소중한 나의 삶
양심과 의무가 혼란스럽던 시절도 어느덧 가을로 접어들고
이제 서로의 언손을 녹여줄 계절이다.
바라볼 수 없다면 등이라도 맞대면 한결 따뜻해지겠지.
갈무리 잘 한만큼 행복하였느냐고 묻는다면
'아니요'
아마 봄이 오는게 두렵겠지.
그러나 나는 살아있으니 뒤를 돌아보지는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