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성탄절 선물

후야 mom 2010. 12. 26. 20:30

 끊임없이 흐르는 콧물과 기침으로 자유롭지 않은 성탄절. 바깥 나들이를 자제하고 닭 한마리를 오븐에 구워 세식구 오붓하게 축하주를 나누었다. 구세주가 세상에 온 의미를 되새기는 날. 겸손하고 섬기는 사람으로 거듭나라는 하느님의 뜻을 새긴다. 뜻밖에 진해 조카의 전화를 받았다. 성탄절이니 '대게'파티를 하자며 초대하는 조카가 고맙다. 기침 때문에 잠시 망설였지만 날이 날인지라 밤나들이를 감행한다. 칼바람이 뼛속까지 스미는 동지섣달의 추위가 무섭다. 한 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항구의 음식점에는 이미 발을 디딜 자리가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꽉 차 있다. 술과 음식, 가족이 함께하는 연말연시의 풍경이 바깥과는 다른 모습이다. 성에가 낀 유리창에는 눈그림이 붙어있고 이리저리 쫒아다니는 아이들의 요란함마저도 분위기에 동승한 모습들이 정겹다. '건배' 를 외치며 환호하는 사람들 틈에 우리가족들도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대전에서 작은 시누네 조카내외가 미리 와 있어 식구는 9 명으로 대식구이다. 이렇게 조카들이 성장하여 새식구가 늘어가는 모습을 보게 될 줄이야 정말 가슴이 먹먹하고 따뜻해 진다.  

 20 년전으로 거슬러가면 고등학생 중학생이던 조카들이 있다. 내 아들이 겨우 심장병에서 자유로워지고 학교 생활도 안정권에 들 무렵,  느닷없이 시누네 아들 둘을 나에게 맡기는 간큰 남편이 있었다. 자기 생각이 곧 아내의 마음이라고 고집하는 남편덕에 신 조카살이가 시작되었다. 물론 긍정적인 사실은 외아들에게 든든한 사촌형제의 존재함이다. 그러나 나의 갈등은 계속되었고 급기야는 부담으로 인한 우울증세가 생겼다. 내가 숨쉴수 있는 여유와 공간이 없었다. 나는 사라지고 부엌데기 아줌마가 필요했던 그날 그시절의 기억들이 되살아온다. 욕심 많은 남편의 조카사랑도 힘들었고 무엇보다도 남자 네 사람을 부양한다는 건 무리였다. 그런 세월을 이겨낸 보상일까. 이제는 조카들이 외숙모를 챙긴다. 과거의 기억을 되살리며 고맙다는 말도 잊지않는다. 지나고 보면 추억이지만 그 싯점은 내게는 참으로 춥고 힘겨웠던 시간이었다. 시댁일에는 무조건 순명해야 한다는 사고방식에 대응할 가치가 없었다. 내몸과 정신은 황폐해 졌지만 어른이 되어 찾아주는 그들이 있어 행복한 성탄절이다. 

 자정이 넘어서 부산을 향해 길을 나섰다. 여전히 귀를 때리는 추위지만 , 가족과 함께한 풍성하고 따뜻한 선물을 가득 받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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