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들어 가장 추운 일요일
오전에는 친구 딸 혼사에 들러 고향의 냄새를 맡고
그곳에서의 기억들로 추위를 견뎌내기도 하였다.
2차 노래방 예약이 되었다며 붙잡는 친구를 물리고 집으로 왔다.
저녁에는 동생내외와 특별한 외출이 약속되어 있기 때문이다.
남편이 행정달인에 선발된 기념으로 동생이 저녁 초대를 한거다.
도깨비 남편은 자기분야에서는 최선을 다하고 또한 公僕으로서의 사명을 다한 셈이다.
예약된 장소가 내집에서 10분거리라 걸어가자 했더니 찬바람이 장난아니다.
살을에이는 겨울바람에 다섯사람은 선채로 동장군이 될 지경이다.
'더 마리스(the maris)'는 외식문화의 절정을 이루는 최고급 뷔페식당이다.
엄동설한이 무색할 정도로 따뜻한 실내에 성장한 사람들의 얼굴에서 웃음이 피어난다.
영화에서나 볼 법한 동,서양의 요리들이 풍기는 향과 맛에 즐비하고
다인종들의 파티가 열리는 곳.
웨딩 피로연, 아기돌 잔치, 룸마다 음악과 환성이 꽉 들어찬 식당이 천국인가 싶다.
사람 멀미에 어지러워서 예약된 방으로 들어가 잠시 눈을 감고 앉았다.
천상(?)으로 초대해 준 동생내외가 고맙다.
피붙이의 살가움에 배부른 저녁, 아들이 옆에 앉아있고
건너편에 남편, 동생내외 환상적인 그림이다.
내가 좋아하는 '파스타'를 아들의 안내를 받으며
즉석요리 된 이 한 접시로도 충분히 행복하다.
쉴 새없이 드나드는 남편덕에 갖가지 맛을 느끼는 뷔페문화에 젖는다.
두 시간이라는 여유와 낭만이 흐른 뒤 또다시 극한 추위 속으로 걸어나오는 해운대 밤거리지만
마음만은 누구 못지 않은 부자이다.
동생덕에 고급문화인이 된 저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