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따뜻한 주일 생각지도 않은 아들과의 데이트가 이루어졌다.
어제 느닷없이 몇시 미사를 갈거냐고 묻는 아들.
뜻밖의 질문에 당황하는 에미는 반갑고 고마운 순간이다.
사실은 절친의 아버지가 암으로 중환자실에 입원하셔서 기도가 필요하단다.
자기자신이 아닌 친구의 아버지를 위하여 하느님께 기도를 청하겠다는
그 마음씨에 감동한다.
겨울속 봄날처럼 하늘도 낮고 사람들의 표정 또한 밝다.
일찍 준비한 아들을 앞세워 성당에 가는 에미는 설레임에 발걸음이 가볍다.
늘 다니는 성당이지만 오랫만에 아들과 들어가는 좋은기분
미사내내 진지하고 숭고한 표정을 짓는 아들, 숨소리마저 들리지 않는다.
주님의 기도를 할 때 손을 잡았더니 이내 슬그머니 빼버린다.
간절하게 기도를 할 만큼 우정이 깊은 아름다운 청년 프란치스코의 기도를
하느님은 반드시 들어주시리라 믿는다.
빵집과 속옷 가게를 들러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생명을 살리는 봄길로 이어지고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친구
친구가 많다는 건
좋은 일이지만 자랑할 것 까지는 없습니다.
자랑할 만한 것은 많은 친구를 갖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부터 신뢰할 수 있고 힘들 때 의지할 수 있는
친구를 단 한 명이라도 갖는 것입니다.
친구를 사귀는 데 있어서
중요한 건 질이지 양이 아닙니다.
당신에게 그런 친구가 있습니까?
- 이호석의《사라지는 모든 것은 아름답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