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대목장과 설빔

후야 mom 2011. 2. 1. 14:02

 언제 들어도 귀가 즐겁고 기다려지는 설날이 며칠 남지 않았다. 유래없는 한파로 대형마트로 몰리는 인파로 빈자리가 없는 주차장. 점점 도시화 되어가는 풍경이 씁쓸하다. 조금만 다리품을 팔면 사람냄새 가득한 재래시장에서 흥정도 할 수 있는데, 편리하고 따뜻한 곳으로 몰려가는 사람들. 그들의 유년은 어땠을까.

 

 설에 대한 기억은 설빔으로부터 시작된다. 오남매가 만족 할 수 있는 경제적인 준비는 늘 부족했다. 맏딸과 맏아들은 필히 사줘야한다는 철칙(?)이라고 있었는지, 우선 순위와 차선이 있는 설빔. 기대는 늘 어긋나기만 했던 어린날의 기억이 되살아 온다. 둘째는 맏이가 물려주는 옷에 고마워해야 했고 맏이는 당연한듯한 표정으로 어깨가 솟아있었다. 눈물자국이 채 마르기도 전에 설날아침이 오고 차례상이 차려지던 추운 기억들. 남동생들은 햇살에 반짝이는 고드름을 툭 떼어내  칼(?)싸움을 했었지. 지나고 보니 낭만이고 그것 또한 부모님 사랑이었음을 이제사 알겠다. 어느새 종손자들에게 세뱃돈을 줘야하는 자리에 와 있는 나, 가장 진실한 손을 가진 이웃과 가족이 함께하는 설을 준비한다. 설날은 한 해의 시작을 조상께 알리고 은덕을 기리며 가족이 서로 행운을 빌어주는 시간이다. 

 

 재래시장 노점에 앉은 아주머니에게서 나물과 무를 사고 돌아서니 바로 고깃집이다. 역시 차례상에 고기가 빠질 수 없는지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이 북적인다. 수육, 산적거리들이 보기에도 먹음직하다. 대목장은 뭔가 풍요롭고 떡집에서 뿜어져 나오는 수증기마저도 윤기가 흐르는 것 같다. 지짐과 튀김을 파는 가게 앞에 길게 줄을 서 있는 여자들. 밤을 깎아주는 기계도 등장하여 자리를 잡고 있다. 떡국용 떡 한 봉지까지 사 들고보니 제법 무겁다. 마지막으로 속옷가게에 들러 식구 수 만큼 한 벌씩 설빔을 마련했다. 

 

까치 설날은 내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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