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영화 '夜宴'

후야 mom 2012. 4. 18. 21:00

 

영화는 중국의 푸른 대숲에서부터 시작된다. 맑고 투명한 하늘아래 흰옷을 입은 무사들이 가면으로 얼굴을 가린 채 칼싸움을 한다. 섬뜩하리만치 빛나는 초록과 백색의 조화는 가히 장관이다. 중국 황실의 색은 깊은 우물처럼 슬픔이 가득하다. 황태자 우 루안은 사랑하는 연인 완이를 황제인 아버지께 빼앗기고 멀리 떠나버린다. 그가 떠난 자리엔 새어머니인 완이가 있다. 어느날 뜻밖의 황제 부음을 듣고 달려온 우 루안. 숙부인 리가 형수가 된 완이를 빼앗기 위해 반란을 일으키고 형마저 제거한 후 황제가 된다. 권력과 음모뒤에는 언제나 여자가 있다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는 역사인게다. 여자 완이의 일생과 황태자 우 루안의 사랑은 단순한 인연의 고리가 아니다. 한사람을 향한 사랑에는 희생과 헌신이라는 초월한 사랑이 있었다. 화려하지만 고급스런 영상, 황금색과 검은색의 조화는 이 영화의 정점이다. 느리게 흐르는 음악은 어둠을 더 깊게 슬픔을 극대화하는 묘한 느낌이 있다. 우리나라의 예술을 곡선의 미학이라면 중국은 직선의 강렬함이 있다. 세계의 중심국가라는 중국의 황실은 대나무처럼 곧지만 부러지지 않음을 잘 표현한 부분이다. 드디어 밤의 향연이 벌어지는 날 우 루안의 가면극이 공연되고 완은 황제를 죽이기 위한 독배를 준비한다. 독배가 황제에게 가기전에 발각되는 운명을 맞이하지만 황제는 기꺼이 받아 마신다. 사랑하는 당신이 주는 잔이라면 사양하지 않겠다. 처음처럼 마지막도 우 루안이 추는 가면극이 있다. 모든것을 잃어버리고 오로지 가면극에 심취하여 살아온 우 루안의 가면속에는 깊은 슬픔과 회환의 얼굴이 숨겨져 있다. 군데군데 연결고리가 매끄럽지 않은 부분이 있지만 그마저도 용서되는 작품이다. 아름답지만 아프고 아린 사랑 영화가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중국예술인이 만들었다는 사실이 놀라울 정도로 서정적이고 섬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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