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수같이 쏟아지던 폭우가 언제 그랬냐는듯 말간 하늘, 푸른바다가 펼쳐진 오후.
담벼락에 붙어 가까스로 길을 내는 담쟁이의 작은손이 이쁘다.
산책로에 나와 앉은 사람들의 어깨에도 밝은 햇살이
과일을 손질하는 가게주인의 얼굴에도 봄이 가득하다.
비와 햇살이 적절하게 내려준다면 더할나위 없겠지만
자연을 훼손한 죄값이라면 달게 받을 수 밖에....
그러나 맑은 햇살의 고마움과 더러움을 씻어주는 비의 수고로움
또한 잊지않음을 하늘도 알아줬으면 한다.
이 찬란한 봄을 맞이하기까지는 엄청난 추위와 고통을 감내한 겨울이 있었지.
꽃이피는 봄날은 여름을 향해 빠른 걸음을 옮기고
여름은 초록의 손으로 그늘과 함께 폭우를 준비하고 있겠지.
자연도 사람이 없다면 존재가치가 없고
인간역시 자연환경이 무너지면 설자리를 잃게된다는 진실.
삶의 자리는 누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나자신이 가꾸는 것
직장이라는 낯선 환경에 차츰 적응해나가는 아들이 봄 그 자체이다.
때로는 외롭고 힘들었던 겨울은 꽃을 피우기 위한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듯
마침내 꽃은 피기 시작한다.
연분홍 청춘이지 않은가?
봄은 그래서 내게도 대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