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말

[스크랩] Re:대화

후야 mom 2013. 5. 27. 14:31


       



        대화 - 이해연

         

         

        계단에 앉아있는 비둘기 옆이 궁금하다

        공부하러 가는 초록길

        어제도 이곳을 지나갔지만 보이지 않던 키큰 나무들

        그들은 나와 상관없는 얘기에 열중이다

        가방에서는 시계가 종을 흔들고 있었지만

        비둘기가 궁금하다

        가벼운 수다에 목이 껄끄러운 이유로 선택한 언어학습

        아는 것만큼 잃어가는 젊음

        문을 나서는 순간 나는 사라진다

        돌 계단에 앉아 그들이 돌아보기를 기다린다

        간간히 헛웃음 소리가 들리는 오후 

        여전히 궁금하다

        날아서 닿을 수 없는 내일에 대하여 그들은 몹씨 분주하고

        나는 문법에 갇혀 한발짝도 오르지 못한다

        자리를 옮겨가면서도 나를 보지 않는다

        소리를 지르고 싶다

        조롱하듯 반짝이는 나뭇잎

        그들의 무관심한 언어가 궁금하다

        내리쬐는 무모한 빛처럼 스러지지 않을터 

        현재와 과거가 무슨 말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궁금한 나를 죽이지 말아달라고

        비둘기는 저들끼리 외롭다 

         

         

         

        * 그림 ... 황주리

         

         

         

출처 : 미타산.신반중학교 21회
글쓴이 : 강희정 (루피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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