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끝나가는 날 우연히 친구와 전화하다 곧장 떠나온 길
바람색이 선선하길래 서둘러 가을을 맞으러 나섰지만
한낮의 하늘은 비처럼 땀을 솟게한다.
섬진강 휴게소에서 진초록의 쑥떡을 지나온 봄과 친구의 정성을 먹는다.
목적지를 선암사로 설정하고 길을 따라 가는 길은 고속도로 위
두 여자는 이야기 삼매에 빠져든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내야 할 내일을 나누느라 정신이 없다.
살붙이만큼 살가운 친구
선암사 이정표가 보이면서 낙안읍성이 우리를 이끈다.
낙안읍성으로 가서 벌교 별미인 꼬막정식을 먹기로 한다.
길 위에서는 궤도수정이 가능하지
꼬막이 넉넉하게 들어간 음식을 취하고 읍성으로 들어간다.
읍성은 시간여행을 떠나온듯 조선시대로 거슬러간다.
석구가 서 있는 성문 앞에는 장승과 솟대가 있고
시대를 살아온 내력이 잘 쌓아 올린 성곽에 써 있다.
낙안이라는 뜻에 걸맞는 마을안의 풍경은 평안함 그자체이다.
수령이 몇백년이 됨직한 은행나무 건너로 보이는
솟을대문과 동헌,물레방아간, 채송화가 앉아있는 고향집이 정겹다.
성안에 울려 퍼지는 사랑가는 이곳이 남도창으로 유명한 전라도라는 게 실감난다.
없을게 없는 마을에 임경업 장군의 비석도 있다.
성루에 오르니 시원한 바람이 저멀리에서 머물고 있는 가을을 부른다.
안보이던 연밭과 담장위에 누운 호박이 보이는 곳 낙안읍성
영원히 살아있는 역사와 같이 살아낸다.
다시 돌아나와서 길을가야 만나는 선암사는
조계산문을 열고 들어가야 하는 절다운 절이다.
천년을 살아온 절은 퇴색한 단청과 대웅전 문이 찌그러진 채로 아름답게 늙어가고 있다.
익숙한 풍경의 절이지만 선방 댓돌위에 가지런한 고무신이 보여주는 진리
깨우침과 진리는 하나이다.
붉은 배롱나무 그늘에 앉아 오가는 스님들의 모시적삼을 보며
먹물에 담긴 삶이 그대로 배어있는 성과 속을 넘나드는 진리를 느껴보는 게다.
절 안과 밖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는 친구의 얼굴이 배롱나무를 닮았다.
산 그림자가 길어지면 저녁이 가깝다.
서둘러 석양을 보러 순천만으로 간다.
철새도래지로 유명한 순천만은 인근에 정원 박람회가 열리고 있어
늦게까지 관광객으로 북적인다.
자연 그대로인 것이 없고 인공 조형물과 건물로 복잡한 순천만
갈대밭을 연결하는 다리 위에 서서 일몰을 본다.
하늘을 물들이는 조물주의 예술성에 감복하며 오늘을 감사한다.
친구와의 여행은 정신의 양식이기도 하다.
새로움을 발견하는 것보다 영원히 살아내야하는 우정을 사랑한다.
가을은 내일 오려는지 기별이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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