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되어 - 이해연
언제나 당신은 꽃그림을 그리고 있었지요
매화는 임이요 난초는 그리움이던가요
가을 국화는 노랑 하양 구름을 떼 놓듯 슬쩍 옮기고
곳곳에다 시간을 채워 놓았었지요
아흔 일곱칸 집에 그려 넣은 꽃 꽃들
새벽에 에미에게 날아든 소식
꽃을 그리던 손이 떨리고 있다고
약속했던 세상이 다가오고 있었지요
분명하지 않는 그림은 안개꽃처럼 말라갑니다
당신이 그리고 싶었던 꽃이 아니었나요
일기장에 그려 넣을 꽃을 사러 같이 갈까요
눈을 떠 봐요
당신이 기다리던 매화가 도착했어요
고백이라는 사내를 데리고
무릉도원으로 가는 차표를 끊어 왔답니다
난초는 아직 소식없어요
꽃내가 지천인 그곳에 가고 싶나요
미처 전하지 못한 말이 있었는데 기억하지 못합니다
붙잡지 못하는 에미
당신의 순례길에 흰국화를 꽂을까요
시간과 빛 그리고 그림책 꽃대궁
꽃이 지고 있네요
출처 : 미타산.신반중학교 21회
글쓴이 : 강희정 (루피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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