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무엇을 위한 휴가인지는 모르나
아들, 남편이 얻은 휴가를 나도 덩달아 따라나선 길
정해진 목적지는 없지만 세발낙지와 호롱이가 있는 전남 목포로 간다
전라도에는 여러곳을 여행했지만 정작 목포는 생경한 곳
생각안에 있던 목포와 실제로 보는 도시는 상당히 다르게 다가온다.
삼학도라는 섬에서 해양축제가 한창이고 많은 사람들과 설치물,
파시, 요트, 해양스포츠 등 구경하다보니
얼굴이 홍어처럼 발효되는 듯 화끈거린다.
숙소를 목포 세무소 근처에 정하고 별미를 찾아간 곳은 '명인집'
명인이 직접 요리를 하는 곳이라 그런지 짜지 않고 맛이 있다.
젓갈과 병어조림, 게장,부침개, 잡채 등 한 상 가득이다.
배부른 백성은 유달산에 있는 이순신 장군을 만나
영화 '명량에서 장군은 보이지 않고 벙어리 아낙의 몸짓과
민초들의 아우성만 보았노라고 전한다.
그리고 노적봉을 보면서 왜 나는 지리산 노고단과 혼동을 했는지 고해를 했다.
여행을 하면서 얻어지는 지식은 왜 꼭 살아있기를 기대하지
그런데도 기억에서 사라지는 건 슬픔이야.
이튿날은 연꽃 축제가 열리는 무안으로 달린다.
무안은 회산 백련지에서 8월 14일부터 17일까지 연꽃축제가 있단다.
준비가 덜 된 축제장이지만 연꽃은 진흙에서 피어나는 천년사랑인 양 맑고 환하다.
영원한 미소가 아름다운 꽃 가까이가면
나도 영원히 살 것같은 착각으로 젊어지는 느낌
아쉬운 마음에 연씨 한봉지 사서 돌아나왔다.
무안의 낙지는 죽은 소도 벌떡 일어서게 한다기에 점심메뉴는 생낙지 비빔밥
살아 꿈틀거리는 쫄깃한 맛에 맑은 된장국이 일품이네
대나무가 많고 메타세콰이어 길이 있는 담양시로 간다.
메타세콰이어 길은 명품이라 그런지 입장료를 받아서 잠시 황당했다.
어느곳을 가도 입장료 없는 곳이 없을 정도로 지자체의 수단도 늘어가는 현실을 탓할 수는 없다.
메론바(?) 하나씩 손에 들고 키큰 가로수를 올려다보며 하늘을 이고 서 있구나
죽녹원에는 대나무 숲이 유명하다.
댓잎이 사각이는 소리를 들으며 흙을 밟기도하고 다양한 이름이 걸린 정자를 건너간다.
대나무박물관에서 만나는 역사와 장인들의 솜씨 또한 우리민족의 얼이다.
죽부인을 골라 살까하다 그냥 나오는 남편에게 옆구리가 뜨거운지 물어볼껄...
소쇄원 역시 고급 정원을 보는 듯 마치 화가의 산수화처럼 늙어가고
이끼가 낀 담벼락에 붙어 기생하는 버섯도 여름을 이기고 있다.
사통팔달 통하지 않는 길이 없는 전라도는 두 말 할 나위없는 예향이다.
한옥 민박집 주인 아저씨의 정감어린 말도, 녹차 한 잔에서 우러나는 인정과 푸른향도 좋다.
녹색의 장원에서 휴가를 즐겼다면 난 영원히 죽지 않고 살아야하리
여름이 끝나가는 시절 다른이의 휴가로 얻은 시간을 되돌려 놓고
언제나 나의 가족, 하느님께 감사한 마음을 적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