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친구이자 동기동창들 14명이 제주도에 간다
설레임만으로 이미 여행을 다녀온 듯한 친구들과 준비하는 과정을 즐긴다
공항에서 합류하는 친구들은 경주에서 남해에서 창원에서
그리고 부산아지매들 일곱명, 색깔도 다양하다
제주에 도착하니 가이드가 일행을 맞이하여 펜션까지 안내를 한다
조천읍에 있는 팬션에 짐만 두고 다시 제주일주에 나섰다
유리공예관을 경유하고 중년들의 관심사(?) 러브랜드에 데려다 주는 가이드
천지창조가 이루어진 낙원에서 점심식사를 하러간 곳이 갈치조림 전문점이다
제주도 바다에서 낚시로 잡은 갈치조림 정식은 매콤하고 달콤하네
저녁식사 준비로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장을 보는 아지매들
옆에서 묵묵히 계산을 도와주는 남자친구들과 밤을 보낼 생각에 설렌다
바비큐 준비하는 남자들도 밥과 찌개까지 상을 차린 우리도 재미있고 즐겁다
14명이 앉아 식사하는 시간이 멈추길 소원하는 자신도 고기맛에 홀려간다
제주돈육에 조껍데기 막걸리는 금상첨화이다
술도 배도 적당히 충족되고 밤이 주는 호젓함에
둘씩 짝을 지어 일일파트너가 된 소감과 같이 노래하는 분위기에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멀리 남해에서 온 교장친구가 우리를 위해서 음악 시디를 직접 구워 오는 정성도 받았다
평생 잊지못할 시간이 지나가고 있는 중이다
아쉬운 밤이 새벽으로 가고 있을때 비로소 잠자리에 들었다
이튿날 눈을 뜨니 비가 시작된다
한라산을 정복하러 가야하는데 망설이지 않을 수가 없다
비는 멈출것 같지 않고 우리는 가야하고 결론은 등반을 하기로 하여 배낭을 짊어졌다
산문에서 걱정스럽게 나를 바라보는 친구들의 눈을 즐기면서 괜찮음을 전하고 출발이다
14명이 각자의 짐 무게만큼 가볍게 혹은 무겁게 최선을 다하며 여정을 가는거다
나역시 옆을 의식하지 말고 내 페이스대로만 걷자는 각오로 처음부터 천천히 천천히 발을 옮긴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다투어 가는 인생길에 동참한 것만해도 족한 나의 발길
한발씩 늦어지는 과정도 내몫이지 않는가
가끔씩 들리는 새소리가 비에 가려질까봐 귀를 기울이며 졸참나무 때죽도 같이 간다
외롭지만 결코 외롭지 않은 길을 쉬지 않고 걷는 자신을 추스리며 돌부리와 진창에 빠질까봐 조심 조심한다
이정표에 진달래 대피소까지 오후 1시전에 도착해야 정상에 닿을 수 있다고 적혀있다
내 보폭으로는 어림도 없는 시간제한이다
비에 습도에 숨이 막혀오는 싯점에 보이는 속밭 대피소에 닿았다
반가운 화장실과 쉼터가 주는 행복감으로 깊고 긴 호흡을 하였다
나의 한계에 부딪힌 자신의 의지에 무릎을 꿇어야하는 순간이 싫었지만 받아들여야 한다
모기와 파리가 득실거려도 대피소 구석에서 가져간 도시락으로 허기를 면하고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되돌아 내려가는 허탈감으로 다리가 휘청인다
친구들의 소식이 궁금하지만 나보다 나은 체력을 믿고 나만 생각하는거다
익숙한 길임에도 불구하고 힘이 더 들어가고 어려운 하산길에 비는 어찌 그리도 오는지
하늘에 계신 나의 神은 내편인가
왕복 8.4km 걸었어도 안전하게 도착했으니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속속들이 옴몸이 다 젖었는데도 기분은 어느때보다 행복하고 친구들의 걱정도 고맙다
사우나에서 땀과 허탈감을 씻어내고 한우 고깃집에서 보신을 하였다
결국 남자들과 남숙이만 정상정복에 성공하고 여자들은 중도에 하산을 한 결과이다
노래방에서 한시간만 놀고가자는데 합의한 친구들을 뒤로하고 혼자 택시를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심장이 벌렁거리고 혈압이 정상이 아닌 상태라 양해를 구하였다
마지막날은 조금 늦게 일어나 해장국으로 아침식사를 해결하고 에코랜드로 간다
인공으로 만든 호수가 있고 피크닉동산이 있는 곳으로 꼬마기차를 타고 이동한다
포토존에서 즐기는 사진촬영으로 다리 아픈걸 참아내도 저절로 찡그려지는 고통의 표정이 우습다
다들 중년을 넘어가고 지위도 명분에도 자유로워지는 시점에 닿은 친구들
친구를 위해 기꺼이 동참해준 그들이 있기에 2박3일 행복했음을 적는다
"사랑하는 나의 친구들 고맙고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