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23~ 24일 1박2일로 남편을 따라나섰다
유례없는 황사로 하늘은 회색으로 시야가 온통 희부염하다
몇년전에 사무관 교육을 6주간 다녀오더니 그게 빌미가 되어 계모임을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조별(10조)만 만나더니 이제는 부부가 같이 모임을 한다
울산에 사는 김사무관(그들은 아직도 호칭은 직급) 주선으로 울산 일원에 있는 명소를 돌아본단다
12시 30분에 울산 버스터미널에서 칠곡, 영암에서 오는 두 분을 픽업하기 위해 일찍 집에서 나왔다
버스터미널에서 만난 동지들과 인사를 하고 점심식사 장소를 찾아간다
대왕암공원(울기등대) 가까운곳에 있는 식당에서 물회랑 우럭매운탕으로 식사를 하였다
중년들의 식사 메뉴는 국물이 있는 걸로 쉽게 정해지고 낮술도 한잔씩 돌린다
대왕암 공원에는 토요일이라 그런지 사람들과 차량으로 빽빽하여 여름같은 열기로 후끈거린다
문무대왕의 수중능을 설명할 사이도 없이 설렁설렁 지나가는 그들은 한때는 고위공직자 신분이었다
김포, 음성, 순천, 영암, 칠곡, 문경, 등지에서 울산을 찾아온 그들에게
적어도 기억에 남을만한 추억거리를 만들어줘야 하는데도 바쁘기만한 느낌이다
울산대교 전망대를 가야한다며 서두르는데 낮에 먹었던 우럭탕 때문인지 배가 아파오기 시작한다
외식만하면 설사를 하는 민김성으로 고통스러운데 전망대를 가야한다니
눈치없는 남편의 부추김에 어쩔수 없이 전망대까지 갔다.
구경보다는 화장실이 급한데 아무리 찾아봐도 눈에 보이지 않는다
진땀만 흘리고 부리나케 내려와야 하는 나의 고통은 아랑곳 없이
한바퀴 휙 돌아보고 간절곶으로 이동한다
저녁어스름 무렵의 간절곶은 낮보다 기온이 낮아져 제법 쌀랑하다
저녁식사 장소에서 화장실부터 들어가 고통을 내려놓고 풍차가 있는곳에서 일행들과 합류하였다
예약한 식당에서 숙소가 있는 곳까지 1.7km라며 여자 둘만(나와 왕언니) 식당에 남겨두고
차와짐을 숙소에 두러 간 남편.
바닷가라서 그런지 썰렁해서 전기온돌에 불을 넣고 앉아서 한동안 얘기를 하고 있는데
남편이 전화로 예약한 식당이 아니라며 나오란다
'헐, 이럴수가' 왕언니 얼굴색이 변하는걸 보며 주인에게 미안하다는 말만 하고
서둘러 나오는 나는 죽을 맛이다
여행하면서 온갖일을 경험하기도 하지만 이건아니다.
주도면밀하지 못한 남편의 성격이 부른 일로 심란하기만 한데 웃기는건 남편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이다
횟집에서도 회 한 젓가락 먹지못하는 나는 언제나 열외이고 저들끼리는 화기애애하다
식사에 술이 빠질수 없는 그들은 일제히 차 걱정을 하지 않고 부어라마셔라
이튿날 진하해수욕장을 거쳐서 십리대밭길, 선바위까지 간다는 계획이란다
탁상행정에 달인들이라 그런지 계획만 무성하고 빨리빨리를 외치며 서둘기만 한다
진하 해수욕장은 카페에서 커피 한잔에 만족하고 십리대밭길로 간다
해수욕장 철이 아니라서 휑한 바다였지만 넓고 편안하다
어이없게도 십리대밭길을 걷는게 아니고 전망대에서 구경하고 곧장 선바위로 이동한단다
각 지방에서 온 사람들에게 명소 숫자만 보여줄 심산일까?
내가 '전망대만 갈 요량이라면 아예 안가는게 낫고 다른장소로 갑시다'하였더니
여자들은 내말에 동의를 하고 전날 술부대들은 수긍하는 편이다
겨우 설득해서 30분정도 대밭길을 걸으니 주마간산이 되어버렸다
그대들은 무엇을 하는 사람들인가 싶다
1박2일에 몇 군데를 돌아다녔는지 기록만 남고 추억은 없다
서둘러 선바위가 있는 곳에 도착하니 전시관 개관전이라며 무료 입장임을 강조한다
선바위 가까운 곳에서 아침겸 점심식사를 떡갈비 정식으로 하였다
많은 인원을 통솔하면서 어려움도 많았으리라 짐작은 가지만 그야말로 학생들 견학같아서
쫒아다니느라고 느낌없는 여행이 되어버렸다
하룻밤 부인들과의 담소라도 없었더라면 다시는 따라나서지 않을것이라 선언하겠지
지나고보니 그나마도 고마운 시간들이었다
이제는 여유있게 즐기며 살만도 한데 여전히 바쁜사람들
그들과 다음을 약속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