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지

지리산

후야 mom 2015. 8. 17. 15:32

제주도에 갔던 친구들이 이번에는 지리산 여행이다

1박2일 일정의 친구들은 마치 수학여행을 떠나는 설레임의 얼굴로 웃는다

지리산 언저리 여행은 어떤 구실로든 몇번의 기회가 있었던터라 기대치는 솔직히 낮았다

청학동에 위치한 민박집에 여장을 풀고 평상이 있는 마당에 나와 건너편 산을 바라보니

산위에 산이있고 구름위에 산이 얹어져 있는 무릉도원이 눈앞에 있다

해발 800고지라고 민박집 주인아저씨의 설명을 듣고서야 높은지대인줄 알았다

점심식사는 친구들과 함께 서둘러 밥하고 고기굽고

야채 겉절이까지 차렸더니 한정식 음식상이 되었다

낮술은 청학동 막걸리로 입가심만하고 계곡으로 물놀이 하러 나무계단을 내려간다

엉성하기 짝이없는 계단을 내려가 만나는 물은 그야말로 순정하다

악동들의 장난이 시작되고 하나 둘씩 수장이 되어가는 와중에

이번에는 이해연 차례인지 태옥이가 점잖게 업히라고 하네

첫번째 안전하게 나를 건너줬으니 믿고 업혔더니

 "아뿔사" 아무리 소리쳐도 다들 웃느라 도와주는 이가 없이 물속으로 ~

한바탕 소란이 지나가고 미역감고 따뜻한 바위에 몸을 말렸다

영원한 추억거리를 만들어준 친구에게 속을 다 보여줬지만 그래도 유쾌한 마무리는 내몫이다

민박집 마당에 돗자리 몇장을 깔고 식사겸 술상을 차려 시간을 붙잡고 싶은 마음을 달래기 시작한다

밤이 늦어도 아무도 일어나는 이가 없고 점점 더 흥이 살아나는 기이한 현상이다

반주없어도 노래하고 춤추고 가면극하고 영원히 스러지지 않는 청학동의 밤

이튿날은 삼성궁(三聖宮)을 가기 위해 친구 종희의 설명을 듣고 의관을 정리하였다

입구에서 입장료 7000 원을 내고 주위를 돌아보니 내가 익히 알고있던 상식의 틀이 한꺼번에 깨진다

신세계가 열린다고 말해야 제대로된 표현일게다

잘 깎아 세운 솟대로 안내되는 단군의 신화속으로 들어간다

마치 신선이 살고 있는 하늘나라 아니면 나의 근본이 이곳에 있는 것은 아닐까

신비로운 생각이 눈앞을 어지럽게 하여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떠보기도 하였다

삼성은 환인, 환웅, 단군을 모신 궁이라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청학이 살던 신령한 곳에 검단길, 배달길이 있고 마고성이 있으며

끝없이 쌓아 올린 돌탑에 폭포가 있는 비밀의 장막같은 곳에 발이 닿았다

중간 쯤 갔을까 호수 주변에서 사진만 찍고 주저 앉아 있으려니 친구가 전화로 올라올 것을 독촉한다

조금만 올라오면 네가 아주 좋아할 만한 장소가 있으니 올라와라

친구의 당부를 뿌리쳤으면 이 신비로운 낙원을 어떻게 구경하랴

여름과 가을이 만나는 싯점에 지리산을 올라온 것도 신비로운데 영생을 살고 있는듯 하다

아이를 점지해주는 삼신당 굴이있고 오신지문을 들어서면 천장그림이 조각처럼 박혀있다

어디를 둘러봐도 신비롭지 않은 곳이 없는 돌들의 기이한 형상들이 마치 인간세상을 반영하는듯 하다

홍익인간의 정신세계가 쏟아져 내리는 폭포처럼 형이상학적인 세상구경

청학박물관이 보였으나 우리는 목도 축이고 호흡도 가다듬기 위해 주막으로 내려왔다

지리산 둘레길도 제대로 걸어보지 못한 내가

이곳에 와서 감히 나의 존재와 과거 미래 후손까지도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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