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끝자락 날씨가 몸부림인지 후텁지근하다. 공부하고 있는 남편을 꼬드겨서 이마트에 간다 금요일 오후에는 아들이 거제에서 오는 날이라 일부러 시장을 보게된다 아들덕에 우리도 고기와 맛있는 반찬을 해 먹는 셈이다. 마트가 가까운 길목에서 신호 대기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꽝"하며 우리차가 흔들린다 순간 '훅'하면서 숨이 멎는듯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정신이 나가 버렸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려서 보니 뒤차량이 우리차를 박은 상태다 수습은 남편에게 하라고 하고 나는 병원부터 가고 싶은데도 보험회사 직원이 오고나서야 병원에 갈 수 있었다 입원하고 곧바로 의사를 만났더니 목과 허리를 심하게 다친것 같으니 긴시간 치료가 불가피하다고 한다 자가 진단으로도 목을 가눌수 없고 왼쪽 다리에 마비가 오는지 저리고 힘이 없다. 한방병원이라 곧 침술과 추나요법이 시작되었다. 얼마나 아픈지 저절로 눈물이 나오고 꼼짝 할 수 없을 정도이다 사고를 당하는 순간에 '이렇게 죽는구나' 난 아직 아무런 준비도 안됐는데 느닷없이 하늘로 불려간다면 무슨 할말이 있겠는가 온갖 생각에 눈물이 흐른다 사고를 당할려고 그랬는지, 미장원가서 펌을 하고 큰시장 가서 감자, 양파를 한 상자씩 사왔고 거기다가 김치까지 담갔으니 어찌 소름이 끼치지 않겠는가? 며칠있으면 환갑이다 하느님께서 나를 살려주신 이유가 있겠지만 '참으로 감사하고 다행이다'
남편은 운전자라서 그런지 부상 정도가 가벼워서 외래치료만 하는걸로 하고 왔다갔다 한다 여태 백수로 있다가 9월 1일부터 직장에 출근하는데 어떻게 챙겨가는지 생각할 겨를이 없다 사고 후유증인지 가슴이 울렁거리고 두통이 심해서 잠을 이룰수가 없어 약을 처방해서 먹는다 살아 있음에 감사해야 하는데 몸이 자유롭지 못하니 자신에게 짜증이다. 주일날 치루어야하는 행사도 있건만 전화로 대타를 부탁하고 사정얘기를 하였다 내가 아니면 못할것 같아도 나보다 더 능력있는 사람들이 많다 집에서 챙겨온 책을 들고 읽을려고 하니 10분도 채 앉아있지를 못하니 꿈속에 사는 사람같다. 병원에서의 하루는 24 시간이 아니고 30 시간이 되는것 같이 길고 답답하다 5인실 병실에는 사람이 아닌 그림자만 있는지 소리없이 움직이고 저녁 8시가 되면 소등하고 잠을 잔다 유령병동인가 싶을 정도로 숨이 막히고 두려워 탈출하고 싶은 생각뿐이다
퇴근길에 들리는 남편은 마실 물과 새로운 직장에서의 일과를 얘기한다 퇴직후에 얻어진 일자리에 대한 기대치와 현실과 절충이 시작된거다. 운전은 내가 잘하면 사고는 절대로 나지 않는다는 신조를 갖고 있던 남편에게 변화가 생겼는지 자신도 무척 놀랐다고 한다 사고 순간 옆에 앉은 아내의 목이 마치 폴더처럼 확 꺾어지더란다 사고수습은 뒤에서 박은 차량이 잘못이라 100% 책임지는걸로 해결이 났다 사고는 절대로 일어나지 말아야하는 일이다 한참이 지나서 사고운전자에게서 전화가 왔다 보험회사에서 처리를 한다고 하니 걱정말라고 하였더니 정말로 퇴원할 때까지 나타나지 않는 사람들(?) 이게 바로 세상 인심인가?
침상에서도 침치료를 계속하고 다시 외래에 가서도 침과 추나를 하다보니 기가 다 빠져 나가는지 기운을 못 차리고 계속 누워있게 된다 책을 읽고 싶어서 일어나 앉았다가도 드러눕게 되고 중증환자가 다 되었다 책이라도 읽어야 살아있는 느낌이 들텐데 마음같이 읽어지지 않는다. 그새 옆에 환우는 퇴원을 하고 새로운 사람이 들어왔다 목 디스크 환자라고 자신을 소개하고 증세를 공유하자며 궁금한게 많다 병원에 오면 모두가 환자로 보이는 착시현상이 다른 사람에게도 있는지 나를 퍽 심각하게 쳐다본다. 난 정말 환자가 싫은데 어쩔수 없는 환경에 노출되어 있는 자신이 한심스럽다 필요없는 자존심인줄 알고 있지만 아직은 내가 살아있는 것이다. 친정엄마가 정신없는 얘기를 할라치면 요양병원에 넣겠다며 반협박을 한 것이 가슴에 남는다 병원에 갇혀 있으면 참 외롭겠다는 생각을 하게되는 불효한 딸이다. 교통사고는 후유증이 오래간다며 퇴원을 말리지만 우선은 답답해서 미칠지경이라서 집에 가겠다며 퇴원을 했다 병원공기와 바깥 공기의 색이 다르고 무거웠던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이 좋다 앞으로의 시간이 중요하게 다가오겠지만 우선은 이 느낌대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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