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추석 명절

후야 mom 2015. 10. 1. 11:52

 점점 명절에 대한 추억이나 기대가 흐릿하고 작아진다  늙어가고 있음을 실감하며 공허한 마음을 달랠길이 없다  시댁에서 차례를 지내고 대구 친정으로 출발했다  차창밖으로 지나가는 청춘처럼 푸른색이 늙어가서 색바랜 옷들을 입고 있는 산야들, 꽉막힌 도로만큼이나 답답하고 갈증난다  친정집에 도착하기도 전에 들려오는 불안한 소식은 언니네 식구들의 출현이다  오후 늦게라야 도착하리라 예상했던 사람들이 벌써 당도했단다  공범 죄(?)에 걸려있는 친정식구들이 얼마나 긴장했을까 싶다  죄라야 묵인한것 밖에 없는데...

 친정 남동생네 질녀가 결혼 하는데 큰고모를 안보겠다고 해서 혼인식에 오지 말라는 언질을 보냈다  행복해야 할 혼인식에서 싫은 사람을 굳이 보여 분위기를 흐리게 하고 싶지 않은 애비의 특단의 조치였다.  이유야 어른들의 문제로 아이까지 상처를 받은 경우라서 우리는 묵비권만 행사한 꼴이었다  그게 지난 7월 26일이었으니까 꼭 두달이 지났다  분명히 추석에 나타나리라는 예상은 했지만 너무 일찍 왔다는거다  더더욱 당황한 일은 오랜동안 부부가 별거를 하다가 딸 혼사를 계기로 합쳐서 차례를 함께 지내고 좋은 분위기였다는데,  친정집이 점점 가까워지니까 입술이 마르기 시작한다

  "엄마" 하고 집으로 들어서는 순간 감지되는 냉랭한 기운에 힘이 쫙 빠진다  겉으로 웃고 속으로는 두고 보자는 눈빛에 소름이 돋는 우리는 자매 맞나?  해마다 늙은엄마의 지나친 간섭으로 명절 분위기는 긴장되고 위축 되기도해서 다시는 오지 않으리라 명심했건만 엄마가 살아있으니 또 오게되는 친정이다  그런 명절 분위기를 오늘은 큰딸이 긴장조성을 하니 정말 싫다  두달이라는 시간을 얼마나 이를 갈며 분해했길래  집에 들어서자마자 동생네 식구들을 찾았단다  그럴줄 알고 차례가 끝나자마자 서둘러 보내버린 엄마의 지혜(?)로 위기를 모면했다니,  이게 무슨 사람 잡은 원수도 아니고 형제간인데 보면 사랑스럽고 안보면 보고 싶은게 인지상정 아닌가. 꼭 그렇게 악을 악으로 갚아야할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보게되는 언니의 인상, 이건 67 세된 상식적인 얼굴이 아니다.

 "왜 그렇게 힘들게 살아? "  하니  "나는 사람아니고 성인이냐" 고 한다  85세의 친정 엄마를 꼭 닮아가는 언니를 볼때면 어른속에 아이가 덜 자란 상태로 머물러 있는 것같다.  내려놓으면 훨씬 가벼워질 삶의 무게인데, 받기만 하고 나눌줄 모르는 철부지 어른이다. 

 올 추석날에 뜨는  Super moon  지구 가까이에 있어서 크게 보인다고 하는 달, 뜰안으로 들어오는 달을 온 식구들과 같이본다  언니네 식구들은 달이 뜨기전에 떠나고 남은 사람들의 달바라기는 사진을 찍으면서 함께 즐긴다  달처럼 서로를 배려하고 품어 주는 넉넉한 명절이었다면 좋았겠지만 사람사는 동네는 어지럽고 상처가 많다.

 이튿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올캐의 친정집에 들리는 일이 생겼다  건천까지만 데려다주면 좋겠다는 올캐를 경주 사돈네 과수원까지 들어가서 인사를 나누고 대접을 받았다  정말 인간사 다반사더니 생각지도 않은 일들이 생기니 뉘가 성인이고 누구가 죄인이라 말을 하리오.

 울산으로 경유해서 해운대로 올 계획을 수정하고 막내 동생네 새집에서 하룻밤을 보낸다  추석은 풍성한 달빛만큼이나 사연이 많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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