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과 함께 떠올릴 수 있는 단어가 꽃이다.
꽃은 희망이며 약이고 연인이다.
두꺼운 겨울을 벗고 엷은 햇살아래 살금살금 내려오는 기운으로 한결 가벼워지는 날의 환희.
차를 만들기 위해 꽃들이 모였다.
하늘아래 첫 동네 경주시 산내면 골짜기 화옹당,
서울산 IC에서 내려 궁근정 초등학교 앞에서 산으로 향하는 여정이
마치 무지개를 쫓아가는 무모한 어린아이 같다.
갈수록 높아지는 산의 기운이 귀를 멍하게 하고 호흡까지도 몰아간다.
이따금 산새들의 의아해하는 울음소리로 산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을 받는것 말고는 사람그림자조차 숨죽이는 곳.
경상남도와 북도의 경계지점에 있는 산야초당에서 늙은 꽃들의 말잔치가 열린다.
마루 진열대 위로 보이는 수많은 종류의 꽃차들이 반기고 각종 효소를 담은 병들도 보인다.
아담한 카페에 들어선 느낌이다.
탱크같은 난로와 가을햇살 같은 여자의 언밸런스가 주는 웃음으로 하여 힘들었던 여정을 잊게한다.
두꺼운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사자개(챠오챠오)의 눈웃음도 봄을 닮아 있다.
3개월간의 꽃차 수업이 시작되었다.
이론보다는 실기위주로 운영하겠다는 취지에 동감하며 유리다관에서 우러나는 꽃차를 한 모금 음미해 본다.
입안에서 퍼지는 봄의 고향곡에 날개를 달았는지 몸이 들뜬다.
갈수기의 목마름처럼 아무것도 하는일 없이 삭아지는 세월이 두려운 시기에 만난 기회이다.
茶道에서 발전하는 과정이 효소와 꽃차인가, 道가 아닌 사람을 다듬어 가는 과정이려니.
아름다운 꽃도 각기 독과 향을 가지고 있어 모르고 음용하면 독이 될 수가 있다.
고유의 색을 유지하면서 형체까지도 보존 가능하다는 설명이 매력있다.
인간도 갈무리를 잘해서 오래오래 향기와 인품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지.
첫 시간은 山竹茶 산죽은 일명 조릿대라고 일컬어지며 산에서 쉽게 얻을 수있는 재료이다.
깨끗하게 채취하여 물에 잘 씻어 결대로 찢어서 사용한다.
전기 오븐에 온도를 150~200도 정도 예열한 후 두꺼운 장갑을 끼고 산죽을 재빨리 덖어낸다.
타지않게 9번을 덖어 배보자기에서 식힌다.
산죽이 뜨거운 열을 만나서 뿜어내는 향은 산내음과 풀, 그리고 사람을 닮았다.
태우지 않으려고 애를 쓴 덕분에 차맛이 일품이다.
내 손으로 제다한 茶로 찬바람에 부대꼈던 온몸에 따뜻한 수분이 공급되어 한결 촉촉해지는 느낌이 좋다.
늙은 꽃들의 얼굴이 무지개보다 상기되어 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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