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소화기의 반란

후야 mom 2016. 6. 7. 22:39

6월 7일부터 창원 공단으로 출근한 남편이 생각외로 일찍 퇴근을 하고 들어선다

초보 직장인에대한 배려로 이번 주말까지는 야근을 시키지 않는단다

남편의 작업복 바지 길이를 수선하기 위해 미싱 앞에 앉다가

옆에 세워둔 분말 소화기 손잡이를 잡았더니 "펑" 하고 분홍가루가 쏟아진다

갑자기 당하는 일이라 그대로 놀라 쓰러졌는데

베란다 전체가 부연가루로 덮혀 엉망이 되어버렸다

정신도없고 심장이 두근거려서 멍한 상태다

나혼자 난리를 겪고 있어도 아무도 관심이 없다

남편도 아들도 그렇고 그렇다

소화기가 입주 때부터 있었으니 18살

안전핀이 저절로 빠져버렸는지 조차도 몰랐다

쏟아진 가루는 어찌나 많은지 빗자루로 쓸고 물로 씻어내리고

마른 걸레질에 뭔 고생인지

덕분에 베란다 청소를 늦은밤에 했다

부주의가 부른 쓸쓸함의 극치를 맛본 저녁

아내의 상태보다는 작업복 수선여부가 궁금한 남편을 원망하면 뭣하리

한바탕 소동이 지나간 베란다는 깨끗해졌고

나 또한 살아있음을 절감했다

순발력도 행동도 둔감해진지 오래인

늙은이의 아우성은 쉽게 잊혀지지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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