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시골아낙

후야 mom 2018. 10. 15. 13:31

지난 토요일 오전 일찍 시골집으로 향했다

남편은 종반계에 참석하러 포항으로 가면서

같이 갈것을 종용하였지만 완강하게 싫다고 했다

평생 그들의 치다꺼리를 했으니 쉬고 싶다고~

한번쯤은 나도 빠질수 있다는걸 보여준걸로 보상 받았지

늘 승용차로 다니던 길을 시외버스를 타고

다시 시내버를 타고 내리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그래도 마음이 편하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햇살이 뜨겁기전에 고구마를 캤다

지난 봄에 심었던 고구마는 온 밭을 메울정도로 순으로 뒤덮혀 있다 

낫으로 순을 걷어내고 호미로 고구마를 캐는데 생각보다 수확양이 적다

없는 구덩이도 있는걸 보니 지난 여름이 엄청 뜨거웠음을 알겠다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수건을 목에 걸었는데도 땀이 흐른다

눈이 따가워 쉬는 동안 창원 친구한테 전화를 했더니

영감이랑 한방병원에 간다며 아쉬워한다

혼자서 높고 푸른 하늘을 맘껏 올려다보며

물 한모금에 가을의 정취와 낭만을 섞어 마신다

사계절이 뚜렷한 동네에 살고있음을 만족하는 시골아낙이다

내삶의 정점이 가을임을 알고 있음에도

가끔은 연분홍 시절을 그리워하기도 하지

고구마를 두 골 캐고 비닐을 걷어내고 땅을 골랐다

다음 주말에는 마늘을 심어야겠기에 욕심을 낸다

고구마 수확양은 한자루도 채 안된다

점심을 먹으면서 거울을 보니 영락없는 시골아낙이다

갖고간 마늘과 집마늘을 쪼개는 작업을 하고

호박 하나와 감 다섯개를 따서 가방에 넣고 집을 나섰다

동네 형님들이 혼자 왔더냐고 묻는다

웃음으로 대답하고 흙이 묻은 손톱을 보면서 버스를 탔다 

나의 일탈의 끝은 흙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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