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가 일렁이더니 어느새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가을태풍이 지나가면서 하늘도 맑고
단풍도 제색을 내는 시절
텃밭에 고구마를 수확한다고 지난 일요일에 촌부가 되었었다
고구마 걷어내고 마늘과 양파를 쪼그리고 앉아서 심었더니
온 사흘을 걷지 못하고 끙끙대다가 오늘은 괜찮은 상태다
고구마는 실농인지 없는 구덩이가 많아서 수확양이 적다
그래도 엄마한테 조금 보낼 수 있다니 고마운 자연
덕분에 이금분씨의 전화를 받기도 하였지
그렇게 많던 꽃과 나비들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고
베란다 창문에 붙어있는 파리 날리느라 눈이 부시는 오후
건조한 바람에 손과 입술이 마르고 까시래기가 생긴다
계절은 가고 오지만 내 머리카락은 한번 희어지더니 뿌리까지 하얗다
염색을 하고 거울을 보면 조금 남아있는 용기에 자신이 있지만
며칠이 지나면 다시 하얗게 올라오는 얄미운 머리카락에 신경질이 난다
어김없는 가을저녁에 느끼는 감정이 언제 이렇게 늙었나 싶다
겨울이 오면 곧 봄이 온다는데
인생은 앞으로 내달리느라 바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