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빗소리를 듣다

후야 mom 2020. 5. 11. 09:35

비가 내릴거라는 예보를 듣고 시골집으로 간다

욕실 천장에 비가 새는걸 보완하러 가는거다

집의 나이가 40 년이 넘다보니

내 모습만큼 늙어버렸다

여기저기 물이 새고 고장나기 일쑤

남편의 소일거리로는 안성맞춤인 시골집

오후 늦게 도착하다보니 별로 할 일이 없다

이튿날 새벽부터 내리기 시작하는 봄비

화장실 다녀오다 문득 밖으로 나가고 싶은 충동

실로 오랫만에 비가 땅으로 떨어지는걸 본다

마당에 시멘트가 깨진 틈새로 빠르게 스며드는 빗물

주름진 내얼굴에도 봄기운이 확 퍼진다

물이 고이는 곳마다 풀이 자라는 모습 또한 경이롭다

꽃봉오리가 단단하던 작약도

어느새 꽃이 피기 시작한다

꽃잎이 열리는건 우주적인 찰나인가

찬기운에 소름이 돋는 새벽

시간이 천천히 움직인다

우산을 받고 이리저리 걷는것도 자유이다

세차게 내리는 빗소리가 싫지않은

늙은여자의 새벽 일탈이

유년의 강을 건너고 있다

비바람에 흔들리는 감성

더이상 꽃이 아닌 자신에게도

어린날의 추억이 있다

굵은 빗줄기는 소리도 크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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