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미장원에 앉아서

후야 mom 2022. 2. 23. 09:12

계절은 봄으로 달리는데 기온은 겨울을 못 벗어난다

아파트 뜰에 핀 매화가 얼면 열매를 맺지 못할텐데

찬바람만 쌩쌩분다

세탁물을 들고 세탁소에 갔더니

공지 한 줄 없이 폐업 딱지가 붙어있다

종이 한 장 딸랑 붙여놓기만 하면

20년 단골에게 대한 인사인가?

돌아서다가 옆 가게 미장원으로 들어간다

가습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수증기가 싫지 않은 미장원

가운을 걸치고 거울 앞에 앉으니 볼품없는 할미꽃이다

뜰에는 향기로운 꽃이 피고 있는데 비교되는 거울

정치얘기 하다가 코로나19 횡포(?)에

자유롭지 못한 인간의 무력함까지 수다를 떨었다

미장원에 오면 퍼머하는 것도 있지만

그동안 귀막고 입닫고 살아온 세상 소식을 듣는다

맞는 얘기인지 틀린 말인지는 중요하지 않는 우리네 소식들

한사람이 들어오자 나는 미장원을 나왔다

바깥에는 여전히 영하의 날씨

모자를 꾹 눌러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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