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영화 '詩시'

후야 mom 2010. 5. 24. 22:35

敍事詩 한 편에 대한 시간적인 투자는 2시간 20분

영화는 음악없이 자연의 소리로만 시작된다.

너울이 심한 강물에 여학생의 시체가 떠내려오면서 전개되는 과거와 현재의 상충의 의미

시를 쓰는 구조를 설명하려고 했는지 물이라는 소재와 죽음을 부재로 쓰고 있지만

하고자 하는 얘기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너무 쉽게 자기 반성문을 제출해 버린다. 

 

빛이 찾아들지 않은 서민아파트에서 딸도 없는 어린 외손자를 돌봐야하는 녹록지 않은 현실  

노인환자를 목욕시키는 간병인 일을 하는 그녀의 나이 또한 65세이다.

여학생의 투신자살이라는 소문을 듣고 손자에게 묻지만 별다른 반응없이 지나간다.

자신의 과거와 부재중인 딸의 이력은 묻지 않은 채 점점 어두워져 가는 손자의 방

배드민턴 상대를 해 주는 손자의 수동적인 얼굴, 현실과 상반되는 맑은 웃음과 모자

어느날 미자는 길을 가다가 문화강좌의 포스트를 보게 된다.

詩(?) 고민이나 망설임 없이 강의실문을 들어서는 그녀의 용기

강사의 '본다'가 '다르게 보기'로 발전하지 못하고 그저 원론적인 詩論만 열거하고

그녀의 이름처럼 아름다움만 찾아다닌다.

'詩想'은 언제 오나요?  

점점 사라져가는 기억때문에 자유롭지 못하는 그녀의 메모와 

도무지 관심 없던 주위에서 점점 현실감으로 다가오는 슬픔, 자괴감 

 

영화는 너무 느린 걸음이라 속이 훤하게 다 보인다.

함축된 언어가 아닌 말줄임표 같이 말이없고 상황만 있는 무성영화

즉 노인의 요구를 들어주는 장면, 성당에서 사진을 들고나오는, 강물위로 날아가버린 모자.

길을 가로질러 가는 정신상태에도 소리만 있고 음악은 없다.

때때로 생각이 사라지고 글자가 보이지 않고 죽어가는 청춘이 안타까워 노래하는 그녀.

아름다운 시를 쓰려다 자기 삶이 바로 詩라는 것을 깨우쳐가는 성장소설 같은 영화.

 

이창동 감독 자신이 소설가이다.

전작들 '오아시스' 밀양' 처럼 그렇게 가슴아린 영화는 아니지만

물의 이미지가 매우 강하게 와 닿아 쉽게 지워지지 않을 것 같다.

자신의 나이가 그때가 되면 되돌아 볼 수있는 책 같은 것.

호흡이 길어서 인내를 필요로 하지만 한 번 쯤은 느긋하게 가슴으로 볼 만한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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