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여름이 오면 더위와 함께 찾아오는 장마
다른 지역과 다르게
해운대를 끼고 사는 사람들은 엄청난 습도와의 전쟁을 치뤄야한다
안개로 뒤덮힌 유령의 도시, 후텁지근한 기온
그렇게 여름을 나는게 일상이 되었다
올 여름은 비가 시작되면서 폭우로 변해간다
사람들이 평생 살던집이 순식간에 산사태로 무너져버리고
강물이 범람하여 도시 전체가 물속으로 사라진다
TV에서 중계하는 영상만 하루종일 멍하니 바라볼 뿐이다
순간순간 생사의 고비를 겪어야하는 현대인들의 참상
어느 특정한 동네가 겪는 물난리가 아니라
나라 전체가 수몰되는 영화같다
유년시절 방학이 되면 한번씩은
장맛비로 강물에 떠내려가는 가축들을 본 기억이 있다
지금처럼 산업사회가 아닌 농경시대라
오는 비를 몸으로 맞받던 그런 시절의 얘기
흙탕물이 넘실대던 냇가로 들판으로 내달리던
추억이 지금도 변하지 않은 채 TV에서 반추되는 영상들
복잡하게 얽혀있는 도로처럼 사람들의 삶도 점점 지쳐간다
해마다 반복되는 수몰지구와 공직자들의 사후약방문 처방
잘 살아내야 하건만 어떻게 내일을 가늠할까
이제라도 후진국 수준을 벗어나야 한다
장맛비에도 환하게 피어나는 능소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