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말

[스크랩] 광장의 노을 / 이해연

후야 mom 2010. 7. 2. 00:42



 

 

광장의 노을

 

이해연 

 

바람 많은 광장 가판대에서

하루를 산 남루한 샐비어

햇빛을 원했으나 남은 게 없고

비둘기 쪼다만 시간 덤으로 받아

칠 벗겨진 의자로 돌아온다

여름내 뜯겨 상처 난 이파리

겁에 질려 제대로 펴 보지도 못한 채

잃어버린 새벽

어떤 늙은 손이 꽃대를 뽑아

휴지처럼 거리에 던져 버린다

뽑혀나간 자리마다 고이는 핏물

시멘트 틈새로 간신히 고개 내밀던

눈물들 굳어 버리고

종 칠 무렵에도 눈뜨지 못하는

어깨는 떨린다

쓰레기통 위로 날아다니는

저 당당한 핏자국들

어둠을 수군대는 소리

개의치 않고

네거리 횡단보도를 건너간다

 

 


출처 : 미타산.신반중학교 21회
글쓴이 : 강희정 (루피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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