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 이해연
빗줄기 흔들리는 장마당
낡은 바바리코트가 들어서는 선술집
뒤집을 때마다 안으로 웅크리는 장어를 구우며
술잔을 권한다
의자에 앉아 있던 빗금친 일상이
슬그머니 일어서 나가고
타는 장작에서 튕겨 나가는 빗소리를
술잔에 부어 마신다
곁에 앉는 듯 가까운
천막 찢는 우레 소리
맨발로 장바닥을 헤집는 여자
매니큐어 붉은 색이 아직 선명하다
퀭한 눈으로 들어서는 국밥 집
가장자리만 남은 석쇠에서
지나온 길이 익어 가고
젖은 손에 쥐고 있던 목마름 내 던지며
찬술 한 잔에게 고개를 꺾는다
시간이 흐를수록 굵어지는 빗줄기
플라스틱 의자 주위로 와 질척이는데
무거운 듯 내려앉는 하늘자락 이끌고
익숙한 길이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가출자 명단에서 지워지는 사람들
Gheorghe Zamfir ... Pluie D'Ete
출처 : 미타산.신반중학교 21회
글쓴이 : 강희정 (루피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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