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의 노을
이해연
바람 많은 광장 가판대에서
하루를 산 남루한 샐비어
햇빛을 원했으나 남은 게 없고
비둘기 쪼다만 시간 덤으로 받아
칠 벗겨진 의자로 돌아온다
여름내 뜯겨 상처 난 이파리
겁에 질려 제대로 펴 보지도 못한 채
잃어버린 새벽
어떤 늙은 손이 꽃대를 뽑아
휴지처럼 거리에 던져 버린다
뽑혀나간 자리마다 고이는 핏물
시멘트 틈새로 간신히 고개 내밀던
눈물들 굳어 버리고
종 칠 무렵에도 눈뜨지 못하는
어깨는 떨린다
쓰레기통 위로 날아다니는
저 당당한 핏자국들
어둠을 수군대는 소리
개의치 않고
네거리 횡단보도를 건너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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