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밭에 눈이 내립니다
겨울채비를 서두르던 오후에 꽃밭으로
불을 매단 콩들이 날아들었지요.
꽃씨를 매달아 놓았다가 햇살이 춤추는 날에
세상으로 날려보내려 했건만
꽃씨도 할미꽃도 불속으로 사라졌지요.
평화로운 꽃밭을 지키지 못한 회한으로 날이 저뭅니다.
웃어도 울어도 돌아오지 않을 하얀꽃들
도둑같이 그림자를 숨기고 마당으로 스며든 포성에
귀 먹은 삽살이도 울음을 토해냅니다.
햇살마저 몸을 숨긴 하늘가엔 적의가 감돌고
섧고 깊은 고향을 보퉁이에 담아 뱃가로 달려가는 계절.
길건너 옥수수밭에서는 아직도 콩타작을 하는지
소리가 요란합니다
꽃으로 태어난 당신을 다시
차가운 꽃밭으로 보내야 하는 시간입니다.
무너져내린 꿈이 열망이 불벼락친 벽을 따라 갑니다.
포복하는 위정자들이 들러맨 꽃관 위로
수없이 떨어지는 눈물 그리고 눈동자의 파편들
배가 떠난자리로 봄은 다시 올 것입니다.
하얀꽃이 아닌 분홍빛으로 살아 이곳으로 돌아오길....
떠나는 배를 붙잡고
*연평도 전투 전사자
고정우 하사 . 문광욱 일병 영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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