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비가 월요일에 내린다
잠에서 깨면 사라질 것 같아 비를 불러 얘기하고 싶다
경남 의령군 부림면 신반리
내가 살던 고향집 추녀밑으로
굵은 면발처럼 후두둑 내리면 달린다
오일장에서 산 꽃고무신이 젖을세라 무호흡으로 달리는 집
대문에 달려있는 손잡이가 무겁고 차다
꿈에서 깨고 싶지 않은 날
손톱끝에서 봄이 자라고 있는 꽃의 눈물
어제 만난 시인의 말을 빌려 혁명과 같은 고집을 읽는다
과거는 오늘을 위해 자리를 빌려줌과 동시에 기득권을 행사하려 하고
나는 써지지 않는 글을 겨울비처럼 가로세로 엮는다
이따금 행간에서 길을 잃어 주저 앉기도 하고
집의 이력에 기대어 비를 맞는다
눈에도 보이지 않는 오자와 간통한 언어들이 실실 웃기 시작하면
정신을 차려야지 정신줄을 놨네
12월의 비는 갈짓자 걸음으로 온다
막걸리에 취하지않고 눈물에 울지 않기로 했건만
늘 네거리에서 걸리는 신호등, 어지러운 노선
갈색의 비 그리고 아메리카노
머리속에서 기어나오려 기를 쓰는 곱슬곱슬한 말
뒤척이는 본능
추녀밑에서 헤아리는 숫자, 마침표, 삿대질
비는 그침이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