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과 아카시아꽃 향으로 시작되는 고향의 새벽
오전 5시 30분에 친구들이 깰까봐 조심스레 문을 여니 새벽미사 가잔다
지난밤 늦게까지 추억을 나누었던 친구들은 머리를 맞대고 누워자고
아직도 풀지 못한 회포가 남았는지 잠자리가 어수선하다.
이슬내린 차창을 열어 흙냄새와 산의 깊은 호흡을 들어마신다.
입산에서 의령까지 동행하는 친구의 배려에
여유와 우정을 엮어 묵주기도를 한다.
神이 주신 나의 고향친구들은 눈빛이 맑아 냇물처럼 유연하다.
비록 이름이 기억나지 않아 확인하며 쳐다보는 얼굴들이 있긴해도
그 역시 사랑이고 관심이 아니겠는가.
객지에서 그리움으로 휘인 고향은
움직이는 세상을 향해 길을 떠났던 새들이 찾아드는 둥지다.
사진을 찍어주고 술을 권하며 밥을 챙기는 그들이 있어 풍성한
동창회의 밤을 멈추게 하고 싶었다.
내 안에 아직도 완성되지 않은 고향의 지도는
진행형이며 쓰러져 낡아질 때까지 그리겠지
아무리 애를써도 젊어지지 않는 시간들과
거미줄에 채집된 주검처럼 늙은 주름들
그들안에 살고 있는 나의 언어 역시 동질의 역사이다.
입에 붙지 않는 도시언어에 길들여졌던 육신이 쉬어가는 고향에서
따뜻한 茶와 찬 술을 나누는 친구들은
이 시간이 지나면 다시 삶의 자리로 돌아간다.
모퉁이를 몇개를 돌았을까 긴 기도 끝에 도착한 의령성당
새벽미사가 없는지 너무 조용한 마당에는
아침햇살에 고개 숙인 성모님이 서 계신다.
친구랑 함께 미사참례를 하고 싶었는데 마음같이 이뤄지지 않는다.
다시 돌아오는 길에 만나는 아카시아꽃 냄새가 멈추지 않는 고향, 그리움
멀어지는 것도 가속력이 붙는다고 했던가
아름다운 나의 고향 내가 살던 그곳에 닿기 위해
오늘을 살며 내일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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